[도전하는 삶은 아름답다] 제2부 : (2) 중졸이지만 자격증 1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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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은 보잘것 없지만 기술 하나만은 박사 수준이라고 자부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갖추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조성인 과장(42).그의 학력은 중학교 졸업에 불과하지만 대학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있는 전국기능대회 심사위원장직(배관부문)을 맡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기능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선수 선발위원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조 과장은 조선소 내에서 자격왕으로 통한다.
배관 1급자격증부터 지게차,기중기 운전 등 보유하고 있는 국가기술자격증이 10개에 달한다.
이 외에도 현장훈련,직업훈련전문,노사화합한마음연수교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조 과장이 기술자격 취득에 전력을 기울인 데에는 남다른 사연이 있다.
학비가 없어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취직,청소 등을 하면서 그는 기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기술을 배워 성공하고 싶었는데 기술자들은 가르쳐 주기는커녕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무조건 기술을 배워야겠다고요."
그는 다니던 공장을 박차고 나와 이리직업전문학교에 들어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한 끝에 배관기능사 2급자격증을 따냈다.
그가 성취한 첫 번째 자격증이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82년 7월 삼성중공업에 원서를 내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그러나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최고 기술자가 되기 위해 퇴근 후 집에서 새벽 1~2시까지 7년 동안 매일 공부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거금인 60만원을 들여 배관수리 연습장비를 집에 설치해 실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 덕택에 총 13개 자격증을 따냈고 주위에서는 '왕기술자'로 인정해줬습니다."
악착같이 배우겠다는 끈기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매달리는 근면함은 그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1990년 11월 대졸 출신 사원만 들어가던 기술연수원으로 발령난 것.
기술연수원은 대졸 엘리트들만 배치됐던 곳으로 중졸인 그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직업훈련기본법에 따르면 1급기능자격증 소유자만 실기를 가르칠 수 있는데 그 조건에 맞는 사람이 삼성중공업에 조 과장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술연수원에 들어간 그는 '물 만난 고기'와 다름없었다.
독하게 배운 만큼 정말 지독하게 가르쳤다.
연수생들은 조 과장을 만나면 멀리 피해 다닐 정도였다.
기능대회 출전자들은 '지옥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말로만 해서 군기가 잡히겠습니까.
실력으로 딱 보여주니까 잔소리를 들어도 아무 말 못하더라고요.
훗날 '누구에게 배웠어?'라는 질문을 받으면 '조 아무개에게 배웠다'고 대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또 다른 자격증에 도전하고 있다.
용접 분야에서 가장 어렵다는 용접기술사 자격증 취득 준비에 한창이다.
"퇴직 후 범법자들이 재활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무상으로 기술을 가르치는 기술교육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거제=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