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대부업] (4) 불황 키우는 정부규제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15일,서울 강남과 경기도 남양주 등지에서 대부업체를 운영 중인 사장 3명이 남양주 K사장의 사무실에 모여 사업얘기를 하고 있었다. “추석연휴가 코앞인데,이렇게 장사가 안돼서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구,가을 국회에서 이자율 상한선 인하방안이 통과돼 봐.우리 다 문 닫아야 돼요” “규제도 필요하겠지만 ‘당근’을 줘가면서 ‘채찍’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이들의 대화는 결국 정부규제에 대한 원성으로 모아졌다. 대부업계가 고사(枯死)위기를 겪고 있는 것과 관련,업계는 당국이 업체 간 옥석을 가리지 않고 획일적인 규제 일변도 정책을 지속하는 데 큰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든 대부업체들을 '잠재적인 불법행위 업체'로 보고 영업에 일일이 규제를 가해 건전한 업체들의 숨통까지 막아놓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계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정부에 요청하고 있는 사안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대부업체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현행 자산유동화법은 2조2항에서 금융회사(은행,종금사,보험사,증권사,투자신탁회사,상호저축은행,여신전문 금융회사 등)가 ABS를 발행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ABS 발행은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업협회 관계자는 "'건전성에 문제가 있는 대부업체가 ABS를 발행할 경우 투자자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업법이나 자산유동화법에 대부업체가 ABS를 발행할 수 있는 건전성 기준만 따로 마련하면 이런 문제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저축은행이 대부업체에 분기별로 1억원 이상 대출을 해줄 경우 대출 받는 업체와 금액을 분기별로 금융감독원에 보고토록 한 방침도 대부업체의 '자금줄'을 막는 사실상의 규제조치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 규모를 파악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어느 대부업체에 얼마를 대출해 줬는지까지 보고하라'고 하면 저축은행들로선 대부업체에 대한 대출을 꺼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국산업개발연구원은 '소비자금융시장을 위한 정책건의'라는 제목의 소비자금융 민간백서에서 "대부업과 관련된 한국 정부의 정책은 지난 2002년 시행된 대부업법을 비롯해 지난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대부업법 개정안까지 일관되게 규제 및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규제,단속 위주의 네거티브 정책과 함께 등록할 경우 자금 조달 측면에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포지티브 정책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업계는 규제위주로 돼 있는 대부업 정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협회 차원의 홍보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부업협회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대부업법 자율준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부업협회 양석승 회장은 "업계 스스로 불법업체를 척결하고 납세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건전한 대부업체가 마음놓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주면 연 66%로 정해져 있는 이자율 상한선을 업계 스스로 낮춰 나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