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배운다] 인라인하키 동호회 '레드퍽스'

"연습 끝나는 시간이 언제냐고요? 해질 때까지 하는 거죠." 그들은 역시 젊었다. 단순히 인라인스케이트만 타는 것은 재미가 없어 하키 스틱을 손에 들기로 했다는 발상부터가 그렇다. 지난 10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 캠퍼스 내 대강당 옆 공터.20명가량의 젊은이들이 발에는 인라인스케이트를 신고 손에는 스틱을 든 채 양쪽 옆에 조그마한 골대를 세워놓고 정신없이 퍽을 좇아다닌다. 이들은 이 학교 인라인하키 동호회 '레드퍽스(Red Pucks)' 회원. 레드퍽스가 처음 생겨난 것은 지난 2001년 전국적으로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었을 때다. 몇몇 체육 전공생들이 인라인스케이트에 하키를 접목시켜 보자고 뜻을 모은 이래 오늘에 이르렀다. 원래 인라인하키는 미국과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여름 훈련을 하기 위해 개발한 종목.레드퍽스의 초창기 멤버들은 학교 생활 틈틈이 교내 주차장 등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는 안성맞춤 스포츠로 인라인하키를 생각해냈다. 창립 5년째인 지금은 회원이 3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말하는 인라인하키의 가장 큰 매력은 속도감이다. "축구나 농구는 공이 아웃되면 경기가 멈추지만 인라인하키엔 아웃이 없어요." 레드퍽스 회원 고훈씨(24)는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팀이 3~4개 조로 구성돼 계속 교체해 가면서 3분씩만 뛰죠.대신 경기장에 들어가 있는 동안은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뛰는 겁니다." 다른 운동이나 취미 활동과 달리 팀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도 레드퍽스 회원들이 꼽는 인라인하키의 장점이다. "서로 몸을 부딪치고 함께 땀 흘리다 보면 자연스레 유대감이 싹튼다"는 게 부주장 박한나씨(23·여)의 설명이다. 그렇게 한바탕 뛰고 난 뒤 함께 마시는 생맥주의 맛은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대학생들이 중심이지만 레드퍽스 구성원 중에는 이미 졸업해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도 많다. 최규감씨(29)는 "학창 시절 거의 매일 인라인하키를 했었다"며 "직장인이 된 지금도 주말만큼은 시간을 내 후배들과 함께 운동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퍽스 가족 중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지난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도 했던 정은주 코치(29).남자친구가 레드퍽스의 초창기 멤버였던 게 코치를 맡게 된 계기였다. 정씨는 "재미삼아 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지만 연습할 때만큼은 회원들의 실수를 꼼꼼히 지적하며 다그치는 호랑이 코치라고 한다. 과연 오후 3시쯤부터 시작한 연습경기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끝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답이 돌아온다. "한번 해 보세요."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 ◆인라인하키,위험하지 않은가요=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데다 날아오는 퍽에 맞을 가능성도 있는 등 인라인하키는 부상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운동이다. 그러나 규정된 안전 장구를 모두 갖추면 크게 다치지는 않는다. ◆필요한 장비=인라인하키용 스케이트는 일반적인 인라인스케이트보다 바퀴 프레임이 짧다. 그리고 쉰가드(발목~무릎),거들(허벅지),글러브(손~팔꿈치),엘보(팔꿈치 위),숄더(상체) 등의 안전 장구가 있다. ◆비용=최소 50만~60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이상까지 든다. 그러나 인터넷 동호회 등을 통해 중고 제품을 구매하면 절반 이하 가격으로도 장만할 수 있다. 인터넷 하키러브닷컴(www.hockeylove.com)에 가면 장비 구매,경기 규칙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