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개성관광 北에 끌려만 다닐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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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롯데관광에 개성관광사업을 제의했던 북한 당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연히 드러났다.
북측은 롯데관광에 보낸 공문에서 "현대아산과 더 이상 개성관광 문제를 협의할 필요가 없다"며 "이 내용을 공개해도 좋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측은 이제 현대아산을 배제하고 롯데를 새로운 파트너로 삼아 개성관광사업을 벌이겠다는 얘기이고 보면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상호신뢰의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말 우려스런 상황이다.
이에 대해 롯데관광은 북측이 비즈니스 규범(規範)을 지키고 정부가 승인한다면 개성관광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여기에 북측은 사업대가로 관광객 1인당 200달러를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김윤규 파문'이후 현대아산과 갈등을 빚었던 북측이 이를 빌미로 개성관광사업에 다른 기업을 끌어들여 이익을 더 챙기겠다는 속셈이나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개성관광은 지난 2000년 현대가 무려 5억달러나 지불하고 북한당국으로부터 따낸 '7대 독점사업'중의 하나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런 식으로 상거래 당사자끼리 지켜야 할 최소한의 신의(信義)마저 저버린 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워 사업 파트너를 바꾸는 등 대북관광사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 정부마저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등 북측에 휘둘리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감에서 "정책이 특정기업의 계약에 귀속될 필요는 없다"며 현대의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등 오히려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런데 개정 남북교류협력법 17조는 사업승인요건으로 '이미 시행중인 사업과 경쟁을 유발(誘發)해서는 안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개성관광사업을 둘러싼 이 같은 혼선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경협 전반에 심각한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방관할 일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대북관광이 민간기업의 사업이지만 막대한 남북협력기금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도 이번 사태가 경협 확대를 위한 남북간 기본적 신뢰마저 훼손하는 일임을 깊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 같은 무리한 대응은 결국 경협사업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