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삶 궤적 따뜻하게 품다‥맹문재씨 시집 '책이 무거운…' 등 출간

맹문재 시인(42)이 새시집 '책이 무거운 이유'(창비)와 평론집 '현대시의 성숙과 지향'(소명출판)을 함께 펴냈다. 시인의 세번째 시집 '책이…'에는 소박하고 간명한 언어로 소외된 삶을 따스하게 품는 동시에 냉혹한 자본주의 세상에 맞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시인의 작품세계가 잘 드러난다. 시집은 과거를 통해 현재로 돌아오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가난한 유년기와 훼손되기 전의 자연,치열했던 80년대에 대한 기억은 시인에게 현재의 자신을 돌아보는 경건한 의식처럼 보인다. '나는 그를 원망한다/그 때문에 노조원인 나는 안정된 직장을 잃었고/첫사랑을 빼앗겼다…그 모든 기회를 잃어버리고/나는 불만만 많은 소시민이 되었다/산다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분배와 정의와 환경오염을 괜히 문제 삼는다…부정의 가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나는 억울하지만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1980년대에 대하여'중) 어느덧 사십을 훌쩍 넘겨버린 자신에 대한 연민도 시집 곳곳에서 드러난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난 술집에서/싸움이 났다/노동과 분배와 구조조정과 페미니즘 등을 안주 삼아/말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개새끼들,놀고 있네/건너편 탁자에서 돌멩이 같은 욕이 날아온 것이다…단단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나는 굽신거린 것일까/너그러웠던 것일까/노동이며 분배를 맛있는 안주로 삼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일까/나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싸움이 나려는 순간/사십세라는 사실을 생각했다'('사십세'중) 평론집에서는 문태준 등 최근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인들의 작품세계를 차분히 들여다 보고 있다. 1부에는 가족과 집을 주제로 삼은 글들을,2부에는 여성성을 지향하는 글들을 주로 실었다. 3부는 노동과 정치의 문제를 다룬 글들로 이뤄졌으며 4부는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현대에 지향해야 할 '블루오션 시론'들을 담았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