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삼성이 기죽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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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였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잭 웰치(전 GE 회장)가 월스트리트저널(10월29일자)에 기고를 했다.
'미국민을 위한 5가지 질문(Five Questions for Americans)'이라는 이 글에서 잭 웰치는 유권자들이 표를 던지기 전에 고려해야 할 대통령의 덕목 5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마지막 덕목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친기업적 정신'이었다.
"성공적인 기업들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엔진이다. 정부도 사회의 주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스스로 버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사법체계에서부터 의료ㆍ복지까지 정부가 공급하는 모든 것은 기업과 그 종사자들이 내는 세금에서 나온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기업의 이런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 기업을 꺾거나,그 종사자들을 욕보이거나,기업하는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조성하려 해서는 안된다."
새삼 1년 전의 스크랩을 뒤적여 본 것은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 때리기'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기업이다.
국내 총생산의 17%,수출액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등의 수치 몇 개만 들춰봐도 그렇다.
굳이 복잡한 수치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외환위기 직후 국내 경기가 바닥이던 때 유독 태평로의 삼성그룹 사옥 앞에 모범택시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한 택시기사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다.
"그나마 낮시간에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라는 대답이었다.
이런 삼성이 요즘 잔뜩 움츠러들었다.
'삼성 때리기'에 기가 질린 탓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행정부,언론 등으로부터 뭇매를 맞다보면 제 아무리 맷집이 좋은 기업도 견딜 재간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저 기만 죽은 게 아니라 실제 비즈니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이 매년 맡아오던 프로농구의 스폰서 역할을 포기한 것은 그 첫 징후였다.
국정감사장에서 "삼성이 스포츠 후원 광고까지 독식한다"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온 게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이라니 해당 경기단체들로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뒤이어 지난 주말엔 삼성전자와 애플의 4조원 규모 합작투자 무산 건이 보도됐다.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측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 때리기'를 두고 "뭐 이런 나라가 다 있나"라며 협상을 중단했다고 한다.
삼성과 관련된 이런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자주 들었던,"미국이 기침하면 일본은 감기 걸리고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는 얘기를 떠올리게 된다.
한국 경제의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를 비유하는 얘기였다.
미국이 곱든 밉든 미국 경제가 잘 돼야 우리네 살림이 핀다는 뜻도 담겨 있다.
여기서 미국을 '삼성'으로 치환해도 그럴 듯한 명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삼성이 기침하면 협력업체들은 감기에 걸리고 한국 경제는 폐렴에 걸린다." 앞에서 언급한 잭 웰치도 기고문의 끝을 비슷하게 맺고 있다.
"기업이 약해질 때,미국도 약해진다(When buisiness is weak,America is weak)"고.
임 혁 금융부장 limhyu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