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10) 여성과기인력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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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비율이 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 수준입니다.
과학기술 최강국인 미국은 현재 35%인 여성 과학자 비율을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선진국의 과학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여성과학자 비율을 적어도 현재의 3배로 늘려야 해요."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전길자 원장(이화여대 화학과 교수)은 과학 선진국으로의 도약은 우수 여성인력을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여성인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인력을 과학기술분야로 끌어들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미국 MIT대 레스트 서로 교수는 지난 9월 열린 '산업혁신포럼 2005'에서 '고급 여성 인력을 충분히 활용하는 나라는 성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실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하버드대가 최근 앞으로 10년간 5000만달러를 투입해 여성 과학인재를 키우기로 하는 등 여성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8월 이화여대에서 열린 여성과학기술인대회에 참가한 미국 퍼듀대 화학과 최경신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는 여성 과학자를 데려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이공계 대학 진학은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다.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이공계열 대학 신입생 가운데 여학생은 31.7%로 남학생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더욱이 공학분야는 18.7%에 그치고 있다.
이화여대 와이즈(WISE)거점센터 이혜숙 소장(수학과 교수)은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려고 해도 교사나 부모들이 여자가 과학자로 성공하기는 힘들다며 말리는 경우가 많다"며 "SK텔레콤 윤송이 상무나 서울대 안규리 교수와 같은 여성 스타 과학자들이 많이 나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학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이공계 비율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이공계 학위 취득자 가운데 여성은 학사 27.5%,석사 19.8%,박사 12.0%로 상위 교육기관일수록 그 비율이 급격히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정부 25개 출연연구소 연구인력 가운데 여성비율은 13.6%에 그치는 등 여성 고급인력 희소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공계 여성들이 학업을 이어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것은 육아문제다.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회장 김지영)이 여성 이공계인 262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52.7%인 138명이 육아문제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답했으며 '취업기회 제한'은 18.3%,'승진기회 제한'은 9.9%에 각각 그쳤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는 "대학원의 우수한 기혼 여학생들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으로 학업을 포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최근 BK사업을 통해 이공계 여성 대학원생을 위한 보육비를 지원해줄 것을 교육인적자원부에 요청했다.
전 원장은 "이공계 여성들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며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박봉규 사무총장은 "여성과학자를 위한 지원책은 성평등뿐만 아니라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