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되던 韓ㆍ日관계 다시 급랭.. 정부 "셔틀외교 중단 할수도" 초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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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17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일 관계가 다시 냉각기에 접어들게 됐다.
독도조례 제정과 교과서 왜곡 파문에 이어 터진 이번 참배로 인해 복원 조짐을 보이던 한·일 관계가 더욱 꼬이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당장 '셔틀 정상회담' 재검토 등 초강경 대응을 모색하고 나섰다.
과거 유사 사례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 의례적이고 통상적 차원의 조치를 넘어선 것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파동 이후 6월 정상회담을 고비로 돌파구를 찾는가 했던 한·일 관계가 원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즉각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반 장관은 이 자리에서 "수교 40주년을 맞은 한·일 우정의 해에 이런 일이 발생해 우리 정부는 좌절감마저 느끼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고 과거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정부의 이 같은 강경 대응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강행이 일본 정부의 우경화를 가속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마디로 동북아 협력관계를 저해하는 심각한 외교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왕이 주일 중국대사도 "중국 전 인민에 대한 도발 행위"라며 격앙된 표현을 사용하는 등 일본 비난에 나섰다.
중국정부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 4월 참배 중지를 요구하고 우이 부총리가 신사 참배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일본 방문시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등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해왔다.
이번 참배는 북·일 관계 개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내달 초 제5차 6자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악재가 북한측을 자극,북·일 수교회담의 순조로운 진행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고이즈미 총리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한·일,중·일 간의 외교마찰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외국 정부가 가서는 안 된다고 할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고,향후 참배 여부에 대해서도 "적절히 판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외교 마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이심기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