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상생게임으로 사회갈등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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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세
전 세계가 두 패로 갈려 반목하고 세계대전이 터지지나 않을까 하루하루 두려워하며 살던 때가 있었다.
미국을 위시한 자유국가들과 소련을 위시한 공산국가들은 실리를 내팽개친 채 정치ㆍ외교ㆍ경제ㆍ문화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일삼았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만들어낸 핵무기만 해도 지구를 수십번 파괴하고 남을 분량이었다.
특히 1960년대는 쿠바 봉쇄,베트남 전쟁,중국 문화대혁명 등 굵직한 사건이 보여주듯 냉전체제의 갈등과 위협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였다.
모두 미쳐 돌아가던 그 시기에 국가,기업,사람들 간의 갈등과 경쟁을 게임이론이라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던 학자들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갈등과 반목을 협력과 상생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관한 이론을 연구했다.
그렇게 개발된 논리를 경제 정치 사회 문제에 적용해 평화의 해법을 찾고자 노심초사하던 학자들이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이스라엘의 아우만과 미국의 셸링 교수가 그들이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 경제주체들 사이에 협력과 상생이란 있을 수 없다.
어차피 다시 볼 사이도 아니니 각자 당장의 이익만을 극대로 취하면 될 뿐이다.
이전투구와 극한대립만이 나타난다.
그러나 경제주체들 간의 게임상황이 반복해서 일어나고 그들 경제주체들이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갖는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이제는 협력과 상생이 가능해진다.
상대방은 협조 전략을 택해 무장을 해제하고 있는데 내가 그를 배신하거나 이용한다고 하자.
나는 우선 당장 얼마간의 이득은 얻을 수 있을 것이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
상대방이 나를 응징해 보복하고 처벌함으로써 이미 얻은 이익을 상쇄해 버린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협조체제를 깨지 않는 경우보다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불행해지게 될 것이다.
즉 배신자에게 보복과 처벌이 가해지고 협조자에게는 보상이 베풀어지는 메커니즘을 잘 만든다면 현재의 협력과 상생이 가능해지게 된다.
지금 우리는 갈등과 반목의 시대를 살고 있다.
진부하기조차 한 노사갈등이 역시 먼저 떠오른다.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갈등,그리고 지역간의 갈등은 선거 때마다 정당별 득표율에 투영된다.
새만금 간척,터널 공사,님비시설 건립을 포함한 각종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행정기관,지역주민,그리고 환경단체까지 가세해 극한 대립양상을 보인다.
양극화에 따른 소득계층 간의 갈등,행정수도 이전을 둘러싼 수도권과 지방의 갈등,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갈등까지 거의 모든 곳에 대립전선이 형성돼 있지 않은가.
나라 밖을 보더라도 북한정권과의 갈등,독도와 교과서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탈북자 처리와 통상마찰을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오랜 우방이었던 미국과의 최근 증폭되는 갈등이 있다.
지금 우리가 치르고 있는 게임은 한번에 끝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손 대대로 이어져야 하는 반복 게임이다.
우리는 부모세대가 억척스럽게 만들어 놓은 경제발전을 디딤돌로 이 나라를 선진일류국가로 만들어 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동안 쌓아놓은 국부와 경제기반을 이전투구식으로 찢어 갖는 하루살이 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아귀다툼을 불사하는 이탈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사회적 응징과 규율을 통해 그러한 행위가 장기적으로 오히려 자신에게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협조와 상생의 정신으로 공동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사회구성원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희생에 걸맞은 미래의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대립과 투쟁의 마인드를 버리고 협력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전략 수립과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우만과 셸링으로부터 배워야 할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