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철새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기럭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나뭇잎만 우수수…' 봄에는 뻐꾸기,가을엔 기러기가 오는 우리나라는 철새 왕국이다. 국내 조류 372종 중 266종이 철새인데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겨울을 나고,검은머리물떼새의 절반 이상이 쉬어간다.10월 말이면 제비 백로 왜가리 뻐꾸기같은 여름 철새는 태국이나 필리핀 등 남쪽으로 떠나고 기러기 독수리 오리 등 겨울 철새는 찾아온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충남 서산 천수만,서천ㆍ군산 금강 하구,해남 고천암호,창원 주남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엔 겨우내 바이칼호와 캄차카반도에서 날아온 철새들이 머문다. 고천암호엔 가창오리와 흑두루미 흰뺨검둥오리,창원 주남저수지엔 청둥오리 큰기러기 고니,순천만엔 흑두루미,철원 지역엔 멸종위기종인 독수리가 찾아온다. 철새들은 보통 수천km를 이동하는데 도요새와 제비갈매기 등은 수만km도 움직인다. 여름 동안 핀란드와 동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하는 뒷부리도요의 경우 호주나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내려가고,제비갈매기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오간다. 태양나침반 냄새 지구자기장 지형 등으로 길을 찾고 기류를 적절히 이용,먼 거리를 움직인다고 한다. 기러기가 'ㄱ'자 편대로 날아가는 건 이런 형태로 날갯짓을 하면 뒤쪽 새들에게 상승기류를 만들어줘 혼자 날 때보다 70% 이상 더 먼거리를 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새가 조류독감의 주범으로 지목돼 비상이 걸렸다. 북방지역 철새가 이동하는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몽골 등에서 잇따라 조류독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지만 국내의 대표적인 철새 도래지에선 조류독감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류독감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고,문제가 되는 가금류도 익혀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본격적인 철새 관광철이 시작되는 지금 정확한 사실도 모르면서 괜스레 공포에 떨거나 과민반응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지 않았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