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ㆍ메모지와 함께 한 42년 금융인생‥배찬병 생보협회장 내달 용퇴


은행과 보험 업계에 42년 동안 몸담았던 배찬병 생명보험협회장(68)이 다음 달 금융계를 떠난다.


오는 11월23일 임기가 만료되는 배찬병 회장은 그동안 3연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최근 금융당국에 용퇴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등 9개 생보사 사장단은 이번 주말 이사회를 갖고 후임 회장 인선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출생으로 대전고와 연세대 상대를 졸업한 배 회장은 1963년 상업은행에 입사,심사 1부장과 종합기획부장,상무,전무,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지난 99년부터 생보협회장을 맡았으며,2002년엔 금융협회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연임에 성공하기도 했다.
배 회장은 2001년 변액보험 도입,2002년의 보험업법 개정,2004년 방카슈랑스 연기,2005년 실손보상보험 및 퇴직보험 도입 등 보험업계 현안을 무난하게 처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생보업계의 경우 외국계 회사가 절반가량이어서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업계를 이끌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뱅커이자 보험맨으로서 어디서나 완벽론자 또는 현장주의자로 불렸다.
전무 시절에도 대출 결재서류가 올라오면 대출심사의견서 숫자들을 일일이 주판으로 다시 계산하고 적부를 재심사할 정도였다.


또 회사 내 모든 일을 다 알아야 직성이 풀렸고 직접 일일이 확인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으며 고객에 대한 믿음을 몸소 실천한 금융인이기도 했다.


아울러 부단히 혁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계절따라 한 차례씩 사무 집기를 바꾸는 등 스스로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애쓰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것을 싫어했다.


고민하지 않은 기획서는 거들떠 보지 않았으며 행원이나 말단 사원의 얘기를 들을 때에도 반드시 메모하고 결과를 알려 주는 메모광이기도 했다.


또한 직원을 나무랄 때는 금방이라도 사직시킬 것처럼 꾸짖었지만 하루 이틀 지난 후 개별적으로 불러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온정도 보였다.
배 회장은 최근 들어 직원들에게 "국제화 시대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 늘 공부하는 자세를 갖고 업무에 매진해 달라"며 금융인의 자세를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