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9일자) 쌀협상 비준 미루는 것이 더 손해다

정부가 농가(農家) 부채 상환유예와 쌀 비축 확대를 골자로 한 추가 대책을 발표하는 등 쌀협상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농민들과의 마찰해소에 골몰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비준안의 소관 상임위원회 통과를 계기로 농민들의 반발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국회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또다시 무산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걱정스럽다. 사실 쌀시장 개방은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협상에서 이미 작년 말 확정된 것이다. 때문에 비준안 동의가 안되면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고 국제통상관계도 불편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당장 관세화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수입물량을 조절할 수 없어 농가에 더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협상 이행은 되돌릴 수 없는 국가의무란 점에서 보면 국회비준은 더 이상 지체되어선 곤란하다. 다만 쌀수입이 확대될 경우 그로 인한 농업부문의 위축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더 큰 문제다. 정부가 그동안 여러 대책을 잇달아 발표해왔음에도 농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원인이 되고 있는 만큼 당국의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부채상환유예 같은 달래기식 임기응변 대책만 반복할 게 아니라 농업현대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획기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사실 농업인들도 대외통상환경의 변화를 완전 무시하자는 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는 데는 꾸준한 설득과 이해를 통해 신뢰를 얻는 길 이외에 다른 묘안(妙案)은 없다고 본다. 농업인들도 무조건적 반대나 재협상 요구보다는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혜를 짜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농업이 살고,국가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