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파동' 후폭풍...눈으로 확인한뒤 산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김희순씨(36).가끔 화곡동 재래시장에서 찬거리를 사고 영등포 청과시장에서 과일을 주문하던 그녀는 최근 찬거리는 백화점,과일은 할인점으로 '거래선'을 옮겼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대신 '믿을 수 있다' 싶어서다. 잇따른 김치파동 여파로 먹거리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먹거리 선택기준이 '가격'에서 '안전'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백화점 할인점 등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반면 온라인 쇼핑몰이나 인터넷슈퍼 등 온라인 장터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고객들이 외면하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눈으로 봐야 믿는다=할인점 이마트는 양재·분당·죽전점 등 13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명품한우에 산지,도축지,동물약품 사용여부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이력추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3개 점포에서 판매하는 전체 한우 매출에서 '족보'를 갖춘 명품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이 김치파동 이전의 10%대에서 최근 20%를 훌쩍 넘어섰다. 지난 주말 이마트 분당점을 찾은 나승희씨(35)는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이력'이 표시된 제품만 산다"고 말했다. 백화점 식품관도 '안전지대'로 주목받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 매장인 '푸룸'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신장률은 상반기까지 평균 20%대를 유지하다 김치파동 직후 40%대로,이달 들어서는 60%대로 껑충 뛰었다. 현대백화점에선 '신토불이' 먹거리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전통 제조방식을 따라 만든 맥구름,상촌 등 전통장류의 매출비중이 압구정 본점의 경우 전체 장류매출의 5%에서 10%대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전통장류의 가격은 일반 장류보다 2~4배 비싸다. 신세계 본점 신관 식품관 내 유기농 식재료를 쓰는 반찬코너나 즉석 식품코너의 매출 신장률도 이달 들어 40%를 웃돌고 있다. 신세계 본점 식품영업팀 임훈 부장은 "백화점 식품관은 먹거리의 안전지대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고객 떠나는 온라인·재래시장=재래시장은 사정이 심각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단골집의 손맛을 못 잊어 이곳에서 장을 보던 단골고객들마저 대거 할인점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서울 화곡동의 한 재래시장에서 15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해 온 양모씨는 "중국산이 안 좋다는 얘기만 들리면 다음날 손님이 뚝 끊긴다"며 "요즘엔 단골 고객들도 인근 할인점으로 가버려 하루 종일 팔아봐야 만원짜리 석장 들고가기도 힘들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옥션 G마켓 인터파크 등 인터넷 쇼핑몰에선 하루 평균 김치 매출이 20~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옥션 G마켓 등 마켓플레이스의 경우 김치의 상품 등록건수가 300여건에서 100여건으로 줄었다. 옥션 관계자는 "직접 보고 살 수 없는 온라인 쇼핑몰의 특성상 김치파동 여파가 다른 먹거리로 확산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 슈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목동아파트 13단지 내 GS25 관계자는 "퇴근 전 인터넷으로 주문하던 고객도 매장에 들러 직접 사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동민·손성태·안정락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