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쓴 9개국 불교문화의 진수 '다르마 로드' 출간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 동산은 네팔의 여느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발굴 현장의 천막을 걷고 몰래 보니 '부처님이 탄생하신 장소'라는 푯말만 있었다. 다만 아소카 석주가 탄생지를 입증해주었다. …그러나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의 대보리사 대탑은 장대한 위용으로 옛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싯다르타의 탄생지에서 출발해 9개국 불교 유적지 250여곳을 답사하며 2500년 불교사의 현장을 기록한 '다르마 로드'(조병활 지음,전2권,작은박물관)의 앞부분이다.


이 책은 구법승의 발자취를 따라 불교문화의 진수를 엮어낸 21세기판 왕오천축국전이라 할 만하다. 인문교양서나 불교 성지순례 길잡이로도 손색이 없다.


저자는 미술사학을 전공한 불교신문 기자. 그는 불교가 전래된 길을 '다르마 로드(Dharma Road:진리의 길)'라고 부른다. 그 길을 따라가며 유적지와 유물뿐 아니라 동서양 문화의 교차로에서 발달한 간다라 미술품,둔황석굴,란저우 병령사 석굴 등 사찰과 탑,예술품의 음양을 유심히 관찰한다. 고산병에 시달리고 타클라마칸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 고립되면서도 생생한 사진과 지도를 꼼꼼하게 엮었다.
124일간의 대장정을 통해 저자는 불교가 어떤 길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졌는지,한국 불교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인도 불교의 쇠퇴 원인은 무엇이며 중국 불교의 회생 가능성은 어떤지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중국 불교의 성지인 오대산은 수행과 신행의 열기로 가득하지만,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에서는 이슬람교에 밀려 박물관에 갇혀있는 불교의 현실에 주목한다. 인도불교 또한 정체성을 상실한 채 힌두사회에 용해되어 '자연사'한 과정에도 렌즈를 갖다 댄다.


결론적으로 그는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인재양성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제언한다. 각권 400쪽 안팎,각 3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