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2635 세대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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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元巖
10·26 재선거 이후 몇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움직임이 감지되고,새로운 보수 세력인 뉴라이트 운동권의 통합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에서 뉴라이트 세력과 한나라당의 연계를 점치는 가운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해찬 총리는 한 강연에서 "뉴라이트로 가면 사회갈등이 심화되고 역사적으로 후퇴한다"고 말했다.
과연 우리 사회의 레프트적 개혁이 10년도 안 됐으므로 뉴라이트로 가면 역사적으로 후퇴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재의 좌편향 운동이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 주었으므로 다시 우편향해야 할까.
흔히 역사는 보수와 진보 사이를 시계추처럼 왕복한다고 한다.
자본주의 경제를 열었던 영국은 한때 복지국가의 이념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가 시장경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왜 역사가 보수에서 진보로,혹은 진보에서 보수로 움직이며 국가가 흥하고 망하게 되는지를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기술혁신이 역사의 시계추를 움직였다고 하고,어떤 사람들은 세대 변화가 정치와 사회의 순환을 야기했다고 한다.
참여정부 개혁의 중심 세력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라고 하는 사람들로 은연중 세대이론을 믿는 사람들이다.
'세대이론'을 따르면 부모세대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란 신세대의 가치와 행태 변화가 정치˙사회를 변화시킨다.
386세대가 참여정부 개혁의 중심세력이었다면 향후 개혁의 중심세력은 다음 세대인 '2635세대'가 될 것이다.
70년대에 태어난 2635세대는 전체 인구의 17%,경제활동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핵심세력이다.
어느 광고전문회사가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대부분 두 자녀 가정에서 태어난 이들은 자기중심적이고 개방적이라고 한다.
이들은 사회규범보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더 중시하며,다른 사람과 다른 개성 있는 삶을 살고 싶어하고,부부가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2635세대가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우리 사회도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당장 지방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인들은 핵심세력인 이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심초사할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개혁의 방향이 어떤 것인지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으나 이들이 현실적이고 경제력을 중시하는 세대가 될 것임은 명확하다.
앞서 소개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3%가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대답했으며,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도 외모보다 경제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세대들은 '우리'보다 '나'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고,개인주의적 행동이 국가를 망칠 것처럼 목청을 높인다.
그러나 시장경제는 개인주의에 기초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시장경제를 꽃피운다.
오히려 집단의 이해를 강조하다 보면 정부가 개입하게 되고 시장경제를 해치게 된다.
또한 진정한 개인주의는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의 소중함을 중시하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감사합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지만,집단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요란한 투쟁 구호를 자주 듣게 된다.
이제 기성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역사적으로 후퇴하거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접고, 2635세대가 원하는 변화와 개혁에 대해 숙고해보자.이들을 우리 정치·사회의 병적인 지역구도를 타파할 세력으로 지목하고,신세대와 함께 하는 선진화 전략을 마련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