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수주戰 현장가보니..뒷돈 사라졌지만 '돌돌이' 관행 여전

15일 서울 마포구민회관 앞 '염리나재개발구역' 수주전 현장.


G사와 L사가 맞붙은 이 수주전은 여느 국회의원 선거전보다 더 치열한 양상이다.
양사 모두 늘씬한 미녀 수십명을 동원해 양쪽 길에 쭉 늘어세워놓고 오가는 주민을 상대로 한 표를 호소하고 있었다.




주변 아파트단지와 담벼락 곳곳엔 대형 현수막과 벽보가 붙어있고 TV를 동원한 미디어 홍보전도 펼쳐졌다.
홍보관으로 활용하는 사무실도 한두 채가 아니었다.


캠프 내부에선 수주에 나선 직원들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대측의 동향을 점검하면서 새로운 전략 세우기에 분주했다.


공사 수주 등과 관련한 금품수수 행위에 대해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게 한 건설산업기본법의 이달 말 시행을 앞둔 재개발사업 수주 현장의 모습이다.
이 법은 지난 8월27일 이후 수주와 관련해 뇌물을 주고 받은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적발될 경우 최고 1년까지 영업을 정지시키도록 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 수주전 현장 몇 곳을 둘러본 결과 금품매수 같은 구태가 사라져 관행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아직도 미흡하다는 인상이 강했다.

◆금품매수 행위는 사라져


조합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행위가 사라진 점은 가장 긍정적인 변화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런 일들이 실제 벌어졌지만 지금은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조합원에게 돌리는 선물의 가격도 많이 싸졌다.


지난주 서울 은평구에서 벌어진 수주전에서는 머그컵 달력 책 등 수천원 전후의 작은 선물이 주류를 이뤘다.


15만원 상당의 선물이 돌았던 것에 비하면 아주 저렴해진 셈이다.


그러나 과도한 조합원 접대 관행은 부분적으로 남아있었다.


최근 서울에선 모 시공사가 조합원에게 1인분에 3만원씩 하는 갈비를 대접했다.


부산에서 벌어진 수주전에선 유람선 관광도 이뤄졌다.


밤 12시까지 계속되는 지나친 수주전도 문제다.


수주전에 투입된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시공사·조합추진위 유착 여전


특히 시공사와 조합추진위측의 유착관계는 완전히 고쳐지지 않았다.


특정 시공사와 유착된 추진위가 추가 조건 변경 허용이나 입찰 참여 조건 변경 등을 통해 공사를 해당 시공사에 몰아주는 이른바 '돌돌이' 관행은 계속 남아있었다.


어떤 추진위들은 돌돌이를 미끼로 시공사측에 공개적으로 돈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D사 관계자는 "아직 시범 케이스로 당한 곳이 없어서 그런지 무리수를 두는 건설사가 일부 남아있다"고 전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