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금융 다시 불붙는다 .. 가계부실 개선 조짐


금융권이 다시 서민 소비자금융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소액 신용대출이 최근 증가세로 돌아섰고,우리금융지주나 일본 '빅3' 대부업체 중 하나인 아이풀 등이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민 소비자금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카드대란과 대부업법 시행으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2002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방위 공세에 나선 금융권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신용카드 업계다.


LG,롯데,현대,신한카드 등 전업 4개 주요 카드사의 소액 신용대출 취급액이 지난 7월 2조9260억원에서 10월에는 3조1089억원으로 증가했다.


전업 6개 카드사의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소액 신용대출 취급액이 올들어 3·4분기 말까지 85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6%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5% 미만으로 낮아진 롯데,현대카드 등 후발 카드사를 중심으로 적정한 수준의 자산 증가와 이익실현을 위해 소액 신용대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민 소비자금융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움직임도 여기저기 감지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연 40∼60%의 금리를 받는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토종은행으로서 다른 은행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폭을 넓혀야 한다는 황영기 행장의 지론에 따라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돼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소액 신용대출 상품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다른 지주회사와 달리 캐피털사가 없기 때문에 은행창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외국계 소비자금융 회사들도 한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자산 규모 14조6000억원으로 일본 대부업계 3위 업체인 아이풀은 최근 일본 본사 관계자들이 국내 신용평가 회사를 방문,한국 소비자금융 시장의 현황 등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갔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아이풀 관계자 3명이 국내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동반하고 국내 신용평가 회사를 방문,한국 소비자금융업계의 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갔다"며 "기초 시장조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진출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왜 다시 소비자금융 시장인가


금융회사들이 다시 서민 소비자금융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한마디로 '이 시장에 먹을 것이 많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 사금융 시장 규모는 61조∼80조원(2003년 9월 말 기준,소비자금융백서 9월호)에 달하지만 소비자금융 회사들이 제공하는 여신 잔액은 7조∼8조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올 하반기 들어 가계 대출 증가세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서민층의 소비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도 한몫 하고 있다.


소비가 늘어나면 그에 비례해 대출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서민 소비자금융업에 종사하는 기존 업체들의 금융시스템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따라서 이 시장에 먼저 뛰어드는 대형사들이 '무혈입성'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요소로 꼽힌다.
지난 6월 말 현재 등록 대부업체 수는 1만1667곳이나 되지만 이 중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대부업체는 13곳에 불과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