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빈 그릇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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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수상하는 발견을 할 수 있었던 건 약품을 잘못 섞은 실험용 재료를 아까워서 버리지 않고 사용해서인데,그건 어렸을 때부터 귀가 닳도록 '아깝다'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잘 쓰지 않지만 내 주위에서는 흔히 듣는 말이다. '아깝다'는 좋은 말을 버리는 것은 아깝다."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는 자서전 '일의 즐거움'에서 이렇게 적었다.
수상 반년 만에 연구실로 돌아가면서 일반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려 쓴 책에서 그는 공구수리상을 했던 부모에게 끈기와 부지런함,종이 한 장도 함부로 못버리게 했던 할머니에게 뭐든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배웠다고 털어놨다.
'아깝다'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기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연습장이 모자라 연필로 쓴 위에 볼펜으로 다시 까맣게 썼던 시절이 있었건만 지금은 깨끗한 공책과 수첩이 그대로 버려지고 쓰레기통마다 필기구를 비롯 멀쩡한 물건들이 나뒹군다.
공공장소의 분실물 보관센터는 물론 학교에도 찾아가지 않는 물품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가장 많이 낭비되는 건 음식이다.
쌀 한톨을 얻자면 농부가 7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一米七斤)는 얘기를 들으며 밥알 하나도 남김없이 먹던 건 옛일,도처에 음식쓰레기가 넘친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학교로 피자 등 간식을 갖다주지 말라고 할까.
먹다 남은 건 물론 통째로도 버린다는 것이다.
아이들만 탓할 것도 없다.
나이든 세대는 나이든 세대대로 '음식은 풍성해야 한다'며 필요 이상 많이 시키거나 담아놓곤 절반 이상 남기는 수가 흔하다.
음식을 남기지 않음으로써 환경을 보호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자는 뜻에서 지난해 9월 시작된 '빈 그릇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송년회마다 너무 많은 음식이 남는다.
술자리에선 더하다.
2,3차로 이어지면 안주는 거의 손도 안댄 채 남고 술은 마구 엎질러진다.
방학이면 30여만명의 학생이 점심을 굶는다.
야박하지 않고 넉넉한 것도 좋지만 제발 적당히 시켜 그릇 좀 비우자.남는 예산으로 힘겨운 이웃에게 쌀이라도 보내면 좀 좋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