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미디어 빅뱅] (5) 데이터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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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5월.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데이터방송에 나섰다.
디지털방송이란 이점을 활용해 그래픽이나 문자 데이터 등을 대화형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은 스카이라이프 리모컨에 있는 '스카이터치' 버튼을 눌러 게임 날씨 교통 등 양방향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같은 해 11월.스카이라이프는 역시 국내 처음으로 T커머스(TV를 통한 상거래)를 시작했다.
'스카이터치'의 새 메뉴인 'T커머스'를 리모컨으로 눌러 상품 주문을 할 수 있게 했다.
그후 데이터방송 중 날씨 교통 등은 계속됐지만 T커머스는 6개월 만에 중단됐다.
홈쇼핑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시청자가 전화로 상품을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케이블TV에서는 지난 2월 데이터방송이 시작됐다.
CJ케이블넷이 서울 양천지역에서 디지털 전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문자메시지 발송,운세,날씨,영화티켓 예매,게임 등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13일엔 T커머스도 시작했다.
CJ홈쇼핑 방송을 보다가 전화를 걸지 않고 리모컨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CJt몰' 서비스를 선보였다.
경쟁사인 GS홈쇼핑은 디지털 유선방송 송출사업자인 한국디지털미디어센터(KDMC)의 송출 준비가 끝나면 안양케이블TV 등 8개 케이블TV를 통해 T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주엔 서울 강남에 18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강남케이블TV를 인수했다.
케이블TV 데이터방송 원년인 2005년 홈쇼핑 업체 간 T커머스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홈쇼핑 업체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하는 것은 T커머스 시장 진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홈쇼핑의 모기업인 현대백화점도 올해 4개의 SO를 인수했다.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에서 수익모델이 될 만한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T뱅킹도 눈길을 끄는 데이터방송 서비스다.
데이콤은 KDMC,BSI,CJ케이블넷 등과 제휴해 내년 3월께 TV뱅킹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건준 데이콤 전자금융사업팀장은 "T뱅킹이 시작되면 거실에 앉아 리모컨을 눌러 예금조회,계좌이체,공과금 납부 등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카드 사용 내역 조회나 대출 신청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방송은 정치·행정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 SO는 강남구청 양천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TV로 행정 소식을 전하거나 호적등본을 발급하는 T전자정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법규만 정비되면 지방선거 때 케이블TV의 데이터방송을 통해 전자투표를 할 수도 있게 된다.
데이터방송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앞으로 10년간 데이터방송이 하드웨어(셋톱박스,디지털TV),방송 서비스,T커머스 등 세 가지 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가 9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케이블TV로 데이터방송을 하려면 방송사 장비나 가입자 단말기가 디지털로 바뀌어야 하는데 비용과 요금이 만만찮다.
이런 부담 때문에 케이블TV 가입자 1333만명 중 디지털 가입자는 아직 4만3500여명에 불과하다.
방송위원회 관계자는 "케이블TV 가입자 1인당 매출(ARPU)이 5600원 수준인데 이들이 디지털로 전환(월 1만8000~2만3000원)하고 데이터방송(월 2000원)에 가입하면 월 2만~2만5000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장비 도입 비용과 요금 부담 탓에 유선 가입자를 디지털 가입자로 바꾸는 작업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데이터방송을 시작하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국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기술표준(OCAP)을 채택,호환성과 안정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점도 숙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와이브로,차세대 이동통신,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IP-TV 등 5대 정보미디어 가운데 데이터방송의 확산이 가장 늦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