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500일] (下) 사업주들의 반응


"이번 주말에는 잔업이 없나요?" "야근조에 들어가게 해주세요."


경기 시화공단에 있는 기능성 도금업체인 대동금속화학(대표 양경준)의 김규찬 이사는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일 좀 많이 시켜 달라"는 성화를 받는다.
올해 초만 해도 잔업이나 야근을 시키려면 직원들 눈치부터 봐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행복한 들볶임'이다.


김 이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이후 작업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잔업이나 야근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내국인 직원들의 작업능률도 덩달아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생산성은 만족,의사소통은 불편


대동금속화학은 항공기·자동차·기계·반도체 부품 등을 표면처리해 내마모성 제고 등 재질의 기능을 높이는 도금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도금기술사 기능사 등 전문인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나 제품육안검사 조립 등 단순작업을 담당할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어려움을 겪어왔다.
양경준 대표는 "외국인을 고용했던 사장들이 무단이탈 불법체류 등의 문제로 범법자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 그동안 외국 인력을 쓸 생각을 하지 않다가 정부가 고용을 보장해 주는 고용허가제가 나왔다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초부터 고용허가 절차를 밟아 7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차례로 필리핀인 5명,인도네시아인 6명 등 외국인 근로자 11명을 채용했다.


이 중 여성 근로자는 5명으로 주로 제품육안검사 업무를 담당한다.
양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성실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단순한 업무는 내국인보다 낫다"며 "쿼터 규제가 완화된다면 외국인들을 더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동금속화학처럼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력을 채용한 중소업체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성실성과 생산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대동금속화학 인근에 있는 체인기어제조업체 새서울기아에서는 인도네시아인 5명이 선반공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이준구 부장은 "작년 말에 2명,올 7월에 3명의 인력을 받았다"며 "일을 배우는 초기에는 불량률이 높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부터는 내국인 이상으로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고용허가제는 지난해 8월 시행부터 1년간 한국어검정시험을 유예했기 때문에 현재 중소제조업 현장에 있는 외국 인력들은 대부분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 한다.


김 이사는 "인도네시아 인력들은 영어도 거의 하지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며 "최근 산업인력공단에서 인도네시아어를 할 줄 아는 통역원이 오고 나서야 문제가 다소 개선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천국(?)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 인력에 대해서는 회사측이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4대 보험뿐 아니라 급료의 0.8%를 적립하는 출국만기보험(정규퇴직금)과 2만원의 임금체불 보증보험 등 6가지 보험료를 내게 돼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는 "1인당 들어가는 보험료가 한 달에 모두 약 15만원"이라며 "이 정도면 한국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천국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월급이 130만~140만원에 달한다"며 "이는 내국인 근로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동금속화학에서 지난 7월부터 일해온 시디 파티마씨(인도네시아·20)는 "임금수준이나 작업환경,숙식 등에 대해 모두 만족한다"며 "열심히 일해 돈도 많이 벌고 회사에 도움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외국인 고용은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목적보다는 아무리 노력해도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고용허가제가 합법적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