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산업화세대와 민주화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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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
한 해가 저물어가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 보게 된다. 과거를 반성해 보기도 하고,현재 위치를 점검해 보기도 하고,미래에 무엇을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지금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어제를 뒤돌아 볼 여유도 없이 내일만 보고 달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세대가 있었다.
이 세대를 '산업화세대'라고 부른다.
어찌 보면 최빈국에서 시장경제의 표상이자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우리나라를 키운 공을 자랑으로 삼고 있는 세대다.
그러나 '압축성장'으로 표현되는 고도성장과정이 정치사회적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권위주의로부터 민주주의시대로 우리나라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한 세대를 '민주화세대'라고 부른다.문민정부,국민의 정부,참여정부의 기간은 민주화세대가 정치세력의 주류를 구성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업화와 민주화가 우리 사회의 과거와 현재의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화로부터 민주화로의 변화과정을 특징적으로 요약하면 국가적 의제가 경제문제로부터 정치사회문제로 변화해 왔고,동시에 의사결정과정에서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향력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이 두 현상은 상호의존적이라 할 수 있다.
산업화세대는 경제우선,민주화세대는 정치사회우선이라는 개념화가 성립된다.
그런데 산업화로부터 민주화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불행하게도 이 두 시대를 연결시키는 고리를 만들지 못했다.
권위주의 시대와는 달리 민주주의 환경에서는 정부보다는 시장을 위주로,경제주체들의 합리적 결정을 바탕으로 경제를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의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배울 수 있는 경제교육의 여건을 구비하지 못한 채 민주화시대로 돌입했던 것이다.
이것은 경제를 우선시해왔다는 산업화세대 업적의 치명적 약점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체제하에서의 정치는 1인1표의 원칙하에 표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행위인데 일반국민들이 합리적 사고와 행동을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제도가 바람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는 것이다.최근 젊은 사람들을 주축으로 일어나는 인터넷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대규모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과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경험과 지식이 적은 젊은 사람들은 이성보다 감성에 좌우되고 떼지어 행동하게끔 된다. 세계화 추세에 비판적이고 내부지향적인 민족주의가 대두되고 경제보다는 정치사회문제에 몰입하게 된다.
경제주체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않는 상황에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병행하면서 발전할 기회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추세에서 무한경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더욱 중시되는 사회가 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에 역행해 더 감성적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진정 발전하는 사회다.
역사가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한,과거와 현재는 결코 경쟁하는 위치에 있을 수 없다. 현재라는 것도 내일이 되면 이미 과거가 된다는 것을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토대위에 구축돼야 건실한 것이다.
2005년은 한 과학자의 논문조작 사건으로 우울하게 끝을 맺고 있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부실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일지 모른다. 옷깃을 여미며 각오를 새로이 다져야 할 시점이다. 2006년은 "합리적 사고와 행동이 근간을 이루는 경제"를 중요하게 여기며,감성보다는 이성이 지배하는 환경이 조성되는 원년이 되길 기대한다.
실제로 국민 개개인의 합리적 사고와 경제활동이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인식을 대다수 국민이 갖고 있는 사회가 바로 선진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2006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