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텃밭을 공략하라"..대선.부산은행 vs 무학.경남은행

'적의 안방을 노려라.' 부산과 경남지역의 소주업체들과 지역은행들이 서로 상대방의 본거지에 들어가 마케팅을 펼치며 '땅' 빼앗기에 나서고 있다. 적진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으로 지역에서의 매출이 한계에 달하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가장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업종은 소주업체.부산과 경남의 소주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대선주조(시원소주)와 무학(화이트소주)이 자존심을 걸고 한치의 양보 없이 상대방 시장을 공략하는 판촉전을 전개하고 있다. 대선주조는 무학의 안방인 경남 김해와 양산 울산 창원을 집중 공략 중이다. 대선주조 직원들은 이들 지역의 식당을 돌며 시원소주의 우수성을 알리며 시원소주 소비를 유도하는 한편 각종 행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무학도 시원소주의 주무대인 부산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화이트소주 무료교환권을 배포하는가 하면 5명 이상 모이는 모임이나 야유회 체육행사 등에 화이트소주를 무료로 공급하는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고 있다. 주류도매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두 회사의 열띤 판촉전 결과 경남지역에서의 시원소주 점유율은 지난해 15.5%에서 올해 18%대로 뛰어올랐다. 화이트소주의 부산시장 점유율도 7%에서 8%대로 높아졌다. 시장 쟁탈전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간에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부산은행은 지난달 24일 울산 호계지점 개점을 시작으로 내년에 5개, 2007년 4개, 2008년 2개 등 울산지역에만 오는 2008년까지 12개의 지점을 새로 개점하는 등 울산시장 공략에 나선다. 또 올 하반기 신입행원 46명 가운데 울산 출신 8명을 채용하는 등 지역친밀도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울산에만 30개 지점을 두고 있는 경남은행은 부산은행 텃밭인 부산 공략에 들어갔다. 지난달 2일 정관지점을 개점한 것을 비롯해 올해 해운대와 녹산지점 등 3개 지점을 거점 점포로 열었다. 내년에는 동래지점을 확장 이전하고 공단지역에 지점(하단지점)을 신설하는 등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부산은행 구역을 잠식해 가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경쟁업체 간 활발한 마케팅전으로 지금까지 관행처럼 굳어져 온 안방시장 개념이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기업들 간 선의의 경쟁으로 고객들은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