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변화의 현장에서] (4ㆍ끝) 개포 라인공인 양성건 사장

"올해처럼 집값이 크게 출렁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래 자체가 끊기면서 부작용도 많아요."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 1단지 내에 있는 라인공인의 양성건 사장(53)은 지난 2000년 처음 중개업소를 시작한 이래 올해처럼 시장의 변화가 극심했던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집값을 잡으려는 규제와 이를 상쇄시키는 호재가 번갈아 터지면서 그야말로 정신 없는 한 해를 보냈다는 얘기다.


특히 규제의 직접적인 타깃이 된 강남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개포동의 부침은 더욱 심했다.

개포동 집값은 2003년 '10·29 대책' 이후 거의 1년간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초 판교신도시 재료가 터지면서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판교 때문에 분당과 용인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는데 강남이라고 가만 있었겠어요.

인근 압구정의 초고층 재건축 추진설까지 더해지면서 상반기에는 그야말로 급등세를 보였지요."


그러나 이 같은 시장 과열은 초강경 '8·31 대책'을 불러왔다.


또 정부가 초고층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집값은 빠르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채 몇 달도 되지 않아 용적률 상향 추진으로 개포주공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양 사장은 설명했다.


집값도 8·31 대책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반등했다.


결국 지난달 용적률 상향을 제지하는 정부 개입이 이뤄지고 나서야 다시 잠잠해진 상태다.


양 사장은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너무 많아지면서 부작용도 크다고 밝혔다.


우선 양도세 중과 등으로 거래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시장가격이 왜곡될 소지가 커졌다고 한다.


"내년 집값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하지만 불안 요인은 여전합니다.


일단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매물이 너무 없어요."


또 정부 규제에 대한 강한 내성과 불신이 생긴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불과 한두 달 만에 용적률 상향론에 8·31 대책의 약발이 시들해진 것이 그 증거라는 것.


"개포동에서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말만 믿고 집을 팔았다가 손해(?)를 본 경우가 너무 많아요.


이제 웬만한 규제에도 끝까지 보유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양 사장은 내년에는 종합부동산세 등 8·31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강남을 강남으로,즉 시장을 시장 자체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위적인 개입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정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내년 3월 판교신도시 분양이 시작되면 시장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