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운세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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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타고난 운수나 운명을 안다면 그리 크게 걱정할 일도 없을 성 싶다.
설사 궂은 일이 닥친다 해도 그저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체념하며 살 수 있어서다.
그런데 누구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기에 불안감과 초조함은 더하는 것 같다.
특히 연말이 되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만 간다.
신년의 직장운과 사업운은 어떠할지,취직이나 진학은 제대로 될지,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한꺼번에 엄습해 온다.
요즘 이런 걱정거리들을 해소해 주는 운세사이트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동물이 복제되고 첨단과학시대가 열렸건만,인간의 길흉화복을 예언하는 점(占)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거대한 '운명산업'으로 커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무속인의 수는 전국적으로 4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운세사이트까지 합하면 이들의 연간 시장규모가 2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영화산업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다.
업종도 손님들 입맛에 맞게 사업ㆍ결혼ㆍ승진 등으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특이한 현상은 이런 운세산업의 주고객이 10~20대라는 사실이다.
운세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해 매일매일 자신의 운세를 들여다 보는 소위 '운세중독자'들은 대부분이 젊은 사람들이란 얘기다.
이런 풍조를 타고 역술은 이제 제도권 교육으로까지 진입했다.
몇몇 대학에는 이미 관련 학과가 운영중이고 지방의 한 디지털대학교는 관상강의를 하는 '얼굴경영학'을 신학기부터 개설키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점마케팅'으로 재미를 보고 있기도 하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사주와 궁합,토정비결을 서비스하는 것은 이제 별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운수풀이가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고난에 처한 사람들에게 희망의 작은 실마리라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빗나간 운세열풍이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에 근거없는 불안감을 조성하지나 않을까 걱정도 없지 않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