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대 국책사업 시장 선점 경쟁‥원전은 美, 고속철은 獨 한발 앞섰다

중국의 원자력발전과 고속철도 시장 선점에 나선 세계 각국 기업들 간의 승부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원전은 미국이,고속철도는 독일이 한발 앞서가는 형국이다. 중국 정부는 사회간접 자본 확충을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총 30여기의 원전을 짓고 철도 2만5000km를 건설하는 마스터플랜을 지난해 발표했다. 중국의 원전과 고속철도는 오는 2020년까지 각각 총 3600억위안(약 45조원)과 8000억위안(약 100조원)의 신규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중국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한전 두산중공업 철도시설공단 등이 시장 공략을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경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인한 중국 내 반일감정 악화가 시장 공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원전에 처음으로 미국 기술 적용 전망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광둥성과 저장성에서 올해 초 입찰이 실시된 3세대 신형 원전 1000㎿(메가와트)급 4기 건설 사업을 미국의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이 사실상 수주한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이 끝날 예정이었는데 늦춰졌다"며 "내년 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 때 정식 서명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현재 9기의 원전을 운용 중으로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기술은 적용된 적이 있지만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중국 원전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에는 두산중공업이 설비공급업체로 참여하고 있어 수주가 확정될 경우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98년 이후 첫 원전 발주인 데다 첫 공개입찰이고,향후 중국 원전 표준으로 유력한 3세대 신형 원전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이번 사업은 중국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짓기로 한 30여기의 원전 시장을 누가 선점할지 가늠할 수 있는 잣대로 여겨져왔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웨스팅하우스 컨소시엄에 참여한 미쓰비시가 일본 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측이 못마땅하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어 함께 참여한 두산이 득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두산중공업은 기존 원전을 개량 확대하기 위한 저장성 친산 원전의 2단계 3호기용 원자로 공사를 최근 주계약자로 수주했다. 이에 따라 랴오닝성과 산둥성에서 내년에 발주될 4기의 원전이 개량형 원전기술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산의 중국 원전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전 베이징사무소의 김갑순 소장은 "원전 운영에는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며 "원전 운영 관련 교육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고속철도는 독일이 기선을 잡아 독일 일본 프랑스가 3파전을 벌이는 중국 고속철도 시장에서는 독일이 기선을 잡았다. 지멘스는 지난 11월 후진타오 주석의 독일 방문 때 중국 철도부와 고속철도에 투입할 시속 300km급 열차 60편성(1편성은 8량)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63억5000만위안(약 7938억원) 규모로 이들 열차는 베이징~톈진 구간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멘스는 중국 탕산기차차량공장에 고속철도 차량 기술을 양도해 대부분 현지 생산하며 정비기지 건설도 지원한다. 고속철도용 열차 공급 시장을 독일이 선점한 셈이다. 중국은 7만5000km의 철도를 오는 2020년까지 10만km로 확장하기로 하는 계획을 지난해 발표하면서 이 가운데 1만5000km를 시속 200~300km급의 고속철도로 운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베이징~상하이 구간 등 4종 4횡의 8개 고속철도 구간을 확정했다. 한국도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지난 11월 베이징에 사무소를 여는 등 중국 철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주중 대사관의 최연충 건교관은 "고속철도 차량시장에 참여하는 데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기술감리 용역부문에서는 내년쯤에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