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GS홈쇼핑, 새 이름 달고 'CI·실적' 두 토끼 잡았다

서울 문래동에 위치한 GS홈쇼핑으로 가기 위해 택시에 올라타면서 무심코 "문래동 엘지홈쇼핑 갑시다"라고 말했다. "지에스홈쇼핑 말씀이시지요?"라는 택시 기사의 반문은 올 한해 GS홈쇼핑이 전사적으로 매달린 사명변경 등 CI(기업이미지 통합)작업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올초만 해도 GS홈쇼핑에는 풀어야 할 난제가 쌓여 있었다. 무엇보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되면서 업계 1위의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온 브랜드(사명)를 통째로 바꿔야 했다. 사명 변경을 전후해 수개월 동안 팀장급 대책회의가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열리는 등 사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연말 들어 대내외에서 분석한 GS홈쇼핑의 종합성적표는 'A플러스'.순이익은 사상 최대이고 매출도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GS홈쇼핑은 전국 119개 SO(유선방송사업자) 중 가장 '알짜배기'로 꼽히는 강남케이블TV를 1600억원에 인수,자금동원 능력(현금유동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GS홈쇼핑은 올해 CI와 실적 등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보험 등 특정상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또 신성장 사업으로 꼽히는 인터넷쇼핑사업에서 옥션 G마켓 등 선두업체를 어떻게 따라잡을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사상 최대의 이익 GS홈쇼핑은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굿모닝신한증권은 GS홈쇼핑의 2005년 매출액이 지난해(5052억원)보다 소폭 증가한 519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2002년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던 매출액이 3년 만에 성장세(전년 대비 증가)로 돌아선 것이다. 홈쇼핑업체 간 외형경쟁이 불붙었던 2002년에 비해 매출은 다소 떨어지지만 이익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굿모닝신한증권은 GS홈쇼핑의 올해 영업이익이 79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GS홈쇼핑은 연말 경기가 되살아나 이익규모가 이 같은 추정치를 웃돌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올해 사명변경 등으로 광고선전비가 예년의 2배에 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사상 최대치의 영업이익 등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경기침체에 따른 내수 부진,케이블TV 가입자 수의 정체 등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제기한 성장성에 대한 의문을 보란 듯이 불식시킨 셈이다. GS홈쇼핑은 다양한 상품개발,식스시그마 경영기법을 통한 효율성 증대,반품률 등 고비용 요소 제거 등을 실적호전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 회사는 특히 TV,인터넷,카탈로그 등 3개 사업부문이 모두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점에 고무돼 있다. 카탈로그시장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0% 성장세를 기록해 시장점유율이 40%에 달한다. GS이숍의 경우도 12월 들어 하루 주문액이 18억원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정도 신장했다. ◆신성장동력은 뭔가 올해로 개국 10년째를 맞는 GS홈쇼핑은 향후 10년을 선도할 3대 신사업으로 오픈마켓,T-커머스,중국 진출 등을 꼽고 있다. GS홈쇼핑은 지난 7월께 옥션 G마켓 등과 정면승부를 벌이기 위해 오픈마켓 'GS이스토어'를 정식 개설했다. 이 쇼핑몰은 권상우 서지혜 등 톱모델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하루 평균 주문액이 12월 들어 1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GS이스토어는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우수 전문판매자를 엄선한 '정제된 오픈마켓'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 인터넷쇼핑사업은 전체 취급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주력사업인 TV홈쇼핑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GS홈쇼핑은 오픈마켓의 성장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께 인터넷부문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2007년에는 50%로 회사의 주력사업이 뒤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시대의 '상거래 혁명'으로 불리는 T-커머스도 차세대 성장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험방송 중인 GS홈쇼핑의 T-커머스 채널(GS티숍)은 방송을 시청하면서 리모컨으로 주문 결제할 수 있는 편의성이 강점이다. 또 VOD(Video On Demand) 형태의 선택시청이 가능해 홈쇼핑업체들은 시간적 제약에서 탈피,사업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GS홈쇼핑은 지난 4월 100% 단독 법인으로 중국 충칭지역에 '충칭GS쇼핑'을 설립했다. 아직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단계지만 택배,결제 등 현지 인프라가 개선되면 시장 개척자로서의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정상품에 치중한 수익구조는 문제 GS홈쇼핑을 비롯해 홈쇼핑사업자들이 최근 몇 년간 큰 이익을 낸 데는 보험상품 등 무형상품과 몇몇 히트상품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TV 보험판매는 일차적 거부감이 없고 상세설명이 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에 홈쇼핑사업자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보험이 비소모성 상품인 데다 할인점과 인터넷쇼핑몰까지 영업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 보험상품이 얼마나 더 홈쇼핑의 '효자'구실을 할지는 의문이란 지적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홈쇼핑의 보험매출이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GS홈쇼핑 정호성 부사장은 "T-커머스로 대변되는 디지털 뉴미디어 환경은 기존 홈쇼핑이 갖고 있는 채널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발할 상품이 무궁무진한 데다 T-커머스를 통해 백화점식 상품 진열이 가능해져 특정상품에 대한 의존도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