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입 인터넷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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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수험생 어머니가 전화를 하시더군요.하루 종일 전 입학처 직원들이 항의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한 사립대 입학처장)
"집에 컴퓨터가 없으면 대학지원도 하지 말라는 말입니까.그나마 인터넷 인프라라도 제대로 갖춰놓든지…"(고3 수험생 학부모)
28일 전국 상당수 대학들의 입시지원 사이트가 마비되면서 2006년 대입 정시모집 마감 당일 극심한 혼란이 초래됐다.
정오를 넘기면서 속속 복구가 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느려지는 등 하루종일 제 구실을 못했다.
결국 원서접수 마감일이 하루 더 연장되고 말았다.
일부 수험생들은 마감 연장으로 "막판 눈치경쟁의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온라인상에서 모임을 만들고 촛불시위 등 집회를 벌이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말 그대로 '대입 인터넷 대란'이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마감 직전에 원서를 낸 수험생들에게 물을 수는 없다.
막판 눈치경쟁이 대학입시의 오랜 역사인만큼 접수대행 인터넷 업체들과 대학, 교육부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접수대행업체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원서 폭주'를 고려하지 못한 채 서버 용량의 일부를 늘리는 데 그쳤다.
무사안일 측면에서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인문계 및 자연계는 4만~8만원,예체능계는 10만원 이상의 원서접수 수수료를 받고 있다.
현장접수를 하지 않음으로써 설치비와 인건비가 대폭 줄었는데도 대행업체에만 모든 것을 맡겨놓았다.
대학측은 수험생측의 항의 전화에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희대와 동국대 등이 미리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자체적으로 별도의 서버를 증설하거나 실시간 경쟁률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예정대로 원서를 마감했던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교육부는 '면피'에 급급한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과 개별 대행업체가 계약을 맺는 것이고 교육부 입장에서는 미리 이런 사태를 준비하라고 공지를 보냈다"는 반응이 고작이다.
수험생들이 정녕 '주인'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과연 언제나 올지 안타깝기만 하다.
문혜정 사회부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