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지도층.기업들 어떤 설 선물 준비했나 … 대통령 '8도 명품쌀'

노무현 대통령은 올 설 선물로 장·차관,국회의원,주한외국공관장과 소년소녀가장 등 5000여명에게 '팔도 명품 쌀 모음'을 돌렸다. 전국 유명 쌀 산지의 명품쌀을 조금씩 모은 이 선물세트는 올 한 해 지역 화합으로 국가 발전을 이루자는 뜻이 담겨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우리 농산물로 선물하기' 운동의 취지도 살렸다. 강권석 기업은행장은 우리 쌀로 만든 떡국떡,떡볶이떡,가래떡,현미떡 등 4종의 떡이 포장된 시가 4만원짜리 떡 세트를 우량 중소기업 등 거래처에 보냈다. 이 선물을 받은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값 비싼 것은 선물이 아니라 자칫 뇌물이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지만,재치 있는 '떡 세트'를 선물받으니 기분도 좋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설 선물 시즌을 맞아 이처럼 많은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도 받는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이색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래처나 임직원들에게 고가의 선물을 하면 눈총을 살 우려가 있는 정부 부처나 대기업,금융권을 중심으로 돈 대신 아이디어로 채운 선물을 주고 받고 있는 것. 올해는 경기 회복을 위해 대통령부터 작은 명절 선물은 주고 받자는 분위기이긴 해도,값 비싼 선물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말 개발해 생산을 시작한 국산 명품쌀 '탑라이스'를 외부에 보낼 선물로 점찍어 뒀지만 최근 농협의 '발아현미 세트'로 바꿨다. 이해찬 총리가 이미 탑라이스를 낙점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한국전력은 임직원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발아잡곡 선물 세트를 준비했다. 농협유통에서 공급하는 이 제품은 가격이 1만9000원밖에 하지 않지만 현미,찹쌀,흑태,찰보리쌀,차조 등 다섯 가지 발아잡곡이 골고루 들어 있다. 바쁜 직원들이 쌀과 함께 섞어 짓기만 하면 영양 균형이 훌륭한 잡곡밥이 되도록 배려한 것. 현대건설은 해외 건설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고국의 사과 향기를 전할 계획이다. 해외 근로자들이 설날에 맞춰 받을 '3색 사과 선물세트'는 부사,황금부사,홍옥 등 세 가지 품목을 혼합한 것이다. 기업체 선물뿐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색 선물은 인기다. GS이숍이 7만원에 판매하는 '한성 손질어 세트'는 국내산 간고등어,간삼치,은갈치 등 생선 여섯 가지를 먹기 좋게 손질해 포장했다. 업체측은 연휴가 짧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자취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랙(보관대),스토퍼(보관마개),오프너 등 와인을 음용하거나 보관할 때 쓰이는 액세서리를 모은 별도 세트도 인기다. CJ몰에서 5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 이 세트는 7만~8만원대 와인과 함께 구성해도 근사한 선물이 될 수 있어 최근 설 선물용으로 주문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