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 비용절감' 캐논을 배우자..원貨강세 대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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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강세 생존전략 일본에서 배우자.'
원·달러 환율 세자릿수 시대가 굳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우리 기업들도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가파른 엔화 강세 파고를 극복한 일본 기업의 전략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일본의 경험으로 본 기업의 원화 강세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엔고(高) 시대에 일본 캐논 등이 추진했던 원가절감 재고축소 등 다양한 체질강화 노력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라자합의는 지난 85년 미국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선진 5개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화 약세에 합의한 것으로 이후 2년간 일본 엔화 가치는 40%가량 급격하게 절상됐다.
보고서는 "엔화 강세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폭은 40% 이상 대폭 축소됐으나 이후 엔고에 대한 대응 효과가 나타나면서 무역수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캐논을 소개했다.
플라자합의 직전만 해도 수출 비중이 70%가 넘었던 캐논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자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86년 캐논의 경상이익은 전년 대비 69% 급감했다.
위기에 몰린 캐논은 87년 '챌린지 150' 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쳤다.
'챌린지 150'은 '1달러=150엔'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원가를 절감하자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해 캐논은 임원과 관리직의 임금삭감,부품제조 협력 업체에 대한 가격 인하 요청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나갔다.
이후 엔고 현상이 더욱 가속화돼 '1달러=100엔'시대가 도래하자 캐논은 '211 구상'으로 명명된 생산설비 해외 이전계획을 추진했다.
'211 구상'이란 당시 25%에 불과했던 해외 생산 비중을 50%로 끌어올리기 위해 제품 생산의 비중을 '일본 대 미국 대 유럽=2 대 1 대 1'로 유지하자는 게 골자였다.
엔화 강세를 적극 활용한 역발상의 비용절감 전략인 셈이다.
캐논은 이 밖에 당시 주력 상품이던 복사기와 팩시밀리 등의 품질을 혁신하고 디자인을 차별화함으로써 비(非)가격 경쟁력 제고에도 힘썼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캐논은 엔고 이전의 실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일본 정부도 민간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공공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대응책을 시행했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들도 세자릿수 환율 시대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화 강세와 더불어 '신3고(고원화가치,고유가,고금리)시대'에 대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우선 단기적으로는 선물환,선물환변동보험 등 금융시장의 환위험 관리 기법을 기업들이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글로벌 아웃소싱 확대 등으로 기업 역량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부는 감세정책으로 내수활성화를 꾀하고 공공투자 촉진을 통해 고용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