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에 수출 '비상등' .. 지난달 수출 4.3% 증가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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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출 증가율이 환율 급락 여파로 3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수입은 원유 수입가격 급등으로 두자릿수 증가세를 지속,무역수지 흑자폭이 30개월 만에 최저치로 급감했다.
산업자원부가 1일 발표한 '수출입 동향(통관 기준 잠정치)'에 따르면 1월 중 수출액은 234억2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224억6000만달러)보다 4.3%(9억6000만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3년 5월(3.5%)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반면 1월 중 수입액은 228억3000만달러로 17.6% 늘어 전달(15.6% 증가)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입은 빠르게 늘어나면서 1월 중 무역 흑자는 5억9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월별 무역 흑자가 1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 7월(5억3000만달러) 이후 처음이다.
◆수출 전선에 '환율 경고등'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1월 한 달 동안 47원(4.9%) 급락했다.
작년 연간 환율 하락폭(23원50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주요 경쟁국에 비해서도 하락폭이 컸다.
1월 중 유로화와 호주 달러화는 각각 1.9%와 2.7% 절상(환율 하락)되는 데 그쳤고 엔·달러 환율은 0.3% 하락에 머물렀다.
인도 루피화와 싱가포르 달러화,대만 달러화 등도 2%대의 하락률을 기록해 원화 절상률(4.9%)에 미치지 못했다.
산자부는 이런 환율 내림세가 수출 부진의 주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환리스크 관리에 취약하고 가격경쟁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설문 조사에 따르면 현재 중소 수출기업의 3분의 1은 적자 수출에 직면해 있고 6%가량은 이미 수출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차이는 작년 1월에 비해 0.5일에 불과했지만 수출이 몰리는 월말에 5일가량 휴무한 업체가 많았던 것도 수출 차질 요인이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대일 의존도
원·엔 환율이 8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부품 및 소재산업의 대일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원화가 유독 엔화에 강세를 보이면서 대표적 대일 의존품목인 정밀기계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 물량이 13%가량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도 수입 가격이 2.5% 떨어진 데 힘입어 수입 물량이 23.8% 급증했다.
반면 반도체 석유제품 컴퓨터 등 국내 주요 수출품의 일본 내 시장점유율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1월(1∼20일) 대일본 무역적자는 10억6000만달러를 기록,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누적 적자규모가 25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환율 하락으로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둔화되자 수출 주무부서인 산자부가 노골적으로 외환당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신동식 산자부 무역유통심의관은 이날 '수출입 동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현재의 환율은 심각한 수준"이라며 "(외환 당국이) 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심의관은 "실물 경제가 다 무너지고 나면 금융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일본은 외환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데 우리는 전략이 부재한 것 같다"고 지금의 미지근한 환율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