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해외기업 사냥 시작됐다

인도 기업들이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엄격한 외환통제에 묶여 덩치값을 못했지만 최근에는 몰라볼 만큼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사냥에 나서고 있다.

◆왕성한 'M&A 식욕'


인도의 철강왕 락스미 미탈이 이끄는 세계 최대 철강업체 미탈스틸은 최근 세계 2위 철강회사인 유럽의 아르셀로를 227억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기준으로 미탈스틸의 연간 조강생산량은 6500만t,아르셀로는 5000만t 정도다.


미탈스틸의 아르셀로 인수가 성공하면 세계 철강산업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3위 신일본제출보다 생산량이 세 배 이상 많은 철강 거인이 탄생하게 된다.


미탈스틸은 작년에도 미국 인터내셔널스틸,우크라이나의 크리보리즈스탈 등을 인수하는 등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었다.
인도의 매이트릭스 래보라토리스도 지난해 벨기에 제약사인 독파마를 3억1300만달러에 인수했다.


또 TV 제조업체인 비데오콘은 프랑스의 톰슨을 2억9200만달러에,타타케미컬은 영국의 소다회 생산업체인 브루너몬드를 1억1200만달러에 각각 사들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인도의 해외 기업인수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미탈스틸을 빼고도 118건 29억1000만달러를 기록,금액 기준으로 2001년에 비해 7배나 늘어났다.
투자 대상도 인도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소프트웨어와 업무처리 아웃소싱 분야는 물론 제약 IT 에너지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이 밖에 영국의 테틀리 티와타이푸 티(차 판매업),한국의 대우상용차,버뮤다 소재 플래그텔레콤(정보통신) 등을 M&A를 통해 사들였다.


◆이제 막 출발선에 섰을뿐


물론 세계적인 수준에서 보면 인도 기업의 M&A 규모는 아직 '새발의 피'다.


회계법인인 KPM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M&A 시장은 2조1000억달러이며 이 중 인도의 비중은 1%에 불과했다.


인도 기업의 평균 인수금액도 3000만달러 미만에 그쳤다.


경쟁 국가인 중국 기업들이 초대형 M&A로 '황색 돌풍'을 일으키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A 시장에서 인도 기업들은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섰을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속 성장으로 현금이 넘쳐나는 인도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제2,제3의 미탈스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1991년 10억달러를 밑돌던 외환보유액이 최근 1400억달러로 늘어나면서 정부의 외환통제가 느슨해진 점도 호재다.


인도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엄격한 외환통제로 M&A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 관련,인도 지도자들의 경제외교도 눈길을 끌고 있다.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은 6일 노무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7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양국 경제협력 관계를 한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포괄적 경제파트너십 협정(CEPA)'의 개시에 합의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