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변죽만 울리는 인사청문회

이재창 우리 정치가 4류라는 얘기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정치가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사립학교법 대치와 개각 파동,증세 논란 등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권이 새해 들어 국민에게 선사한 '신년선물'은 한결같이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 국민은 더이상 정치권에 최선이나 차선을 기대하지 않는다. 최악만은 피해주길 바랄 뿐이다. "웃을 일이 월드컵 축구밖에 더 있느냐"는 세간의 냉소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6일부터 국회에서 열리고 있는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민의 짜증을 하나 더 보탰다. 내정자들이 해당부서를 잘 이끌어 갈 적임자인지는 차치하고라도 대부분의 내정자가 이런저런 논란과 시비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이는 노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개각을 할 때 이미 예고됐다. 노 대통령과 이해찬 총리의 측근으로 '코드인사'시비를 불러왔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소득이 있는데도 13개월간이나 국민연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소득 축소신고 의혹과 학력 허위기재,국민연금에 대한 잦은 말바꾸기도 도마에 올랐다. 적어도 국민연금 미납은 위법성 여부를 떠나 국민연금 개혁을 주도해야 할 주무장관으로서는 도덕적 하자가 아닐 수 없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6일 청문회에서 "국민들이 내가 빨갛다고 생각할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진정한 통일은 제국주의 세력을 이땅에서 몰아내야 가능하다' '중공군이 풍전등화의 북한을 구원했다' 등의 표현이 나오는 과거의 글은 보수세력의 사상편향성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전문성 여부를 떠나 '보은인사'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내정자가 2002년 대선과정에서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총괄했다가 불법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면이 이뤄져 국회의원 재선거에 낙선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니 뒷말이 나오는 것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김우식 과학기술부총리 내정자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고 정세균 산자부 장관 내정자는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2000년부터 5년 동안 78건의 교통법규를 위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에 대한 평가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실제 한나라당은 일부 내정자에 대해 '부적격'판정을 내린 반면 열린우리당은 '부처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정리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열린우리당의 내정자 '감싸기'와 한나라당의 '흠집내기' 등 당리당략의 연장선에 다름아니다. 이제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설령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더라도 대통령 스스로 임명권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장관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국회는 청문회 보고서를 내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여야의 입장이 판이해 제대로 된 평가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처음 실시된 국무위원 청문회에 대해 벌써부터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