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테크 A to Z] (26ㆍ끝) 부자들은 비과세 틈새상품을 좋아해


은행 특정금전신탁이 부자들의 자금 운용처로 인기가 높다.


과거 서민들의 1등 재테크 수단이던 비과세 신탁저축은 최근 주식형 펀드 등에 영광을 넘겨줬지만,채권형 특정금전신탁은 고객 개개인의 니즈에 맞춘 투자상품이라는 점에 힘입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러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아 운용하는 불특정금전신탁이나 주식형 펀드와는 달리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상품이라는 점이 큰 매력이다.


분리과세 및 비과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장점이다.


◆지난 1년 새 9조원 불어나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2월17일 현재 31조8740억원으로 1년 새 9조원 이상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 열풍으로 은행 신탁상품이 일반인들 사이에 거의 잊혀진 점을 감안할 때 놀라운 신장세다.


실제 2004년 말 20조5481억원,2005년 2월 말 22조7857억원 수준이던 특정금전신탁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23조538억원,9월 말 25조7170억원,12월 말 28조6216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조우석 국민은행 PB사업부 재테크팀장은 "법인 고객 외에 부자 고객 가운데 불특정신탁 상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투자 위험이 적으면서도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틈새형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고 지적했다.


민경백 하나은행 신탁부 차장은 "한국은행이 꾸준히 콜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정기예금 금리가 이를 반영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특정금전신탁은 금리 인상이 곧 바로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수익률도 은행 일반 예금이나 증권사 등의 머니마켓펀드(MMF)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근 국민은행 등은 고객이 맡긴 돈을 만기가 3개월 미만인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해 3개월 기준으로 연 4.25% 안팎의 수익률을 제공하고 있다.


3개월짜리 은행 예금금리 연 3.5∼3.7%보다 높다.


◆외화표시채권 등 편입한 상품은 비과세


특정금전신탁을 찾는 고객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여유자금을 단기 운용해 은행 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원하는 법인 및 일반 고객이 첫 번째다.


만기까지 3∼6개월 정도 남은 CP 및 회사채에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연율 기준으로 4.5% 안팎의 수익을 얻는 게 일반적이다.


세금 혜택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계층도 적지 않다.


이자소득이 많은 경우 잔존 만기 2~3년짜리 국채 등에 투자해 세금 절약을 할 수 있다.


외화표시채권 등을 편입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이용,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이나 포스코,KT 등 국내 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채권,그리고 외화표시 산업금융채권 등 비과세가 적용되는 외화표시채권에 투자하면 이자소득세 절감이 가능하다.


최근 들어서는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우량 배당 주식이나 업종 대표주 등 투자자 입맞에 맞는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국민은행 조우석 팀장은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주식형 펀드 수익률에 편차가 커지자 주가 변동성이 작은 우량 배당주 등에만 투자하는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