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社도 목소리 커졌다…주총案 반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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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들이 정기 주총 시즌을 맞아 지분을 보유 중인 상장사들이 상정한 주총 안건에 대해 항목별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유입이 늘면서 주요 주주로 급부상한 자산운용사들이 '주총 거수기'로 불렸던 과거와 달리 펀드 투자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순익 늘었으면 배당도 늘려야
한국투신운용은 24일 송원산업이 상정한 재무제표 승인,이사 선임,이사·감사 보수한도 증액 등 4개 주총 안건 가운데 재무제표 승인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한국운용은 이 회사 지분 1.81%(43만5460주)를 보유 중이다.
김상백 한국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해 96억원 규모의 흑자를 내 배당금 증액을 예상했으나 회사가 책정한 배당액이 기대에 못 미쳐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원산업은 보통주 1주당 50원(시가배당률 1%)을 배당할 방침이다.
신한BNP파리바투신운용도 이날 일성신약이 상정한 4개 정기 주총 안건 가운데 감사 선임을 제외한 재무제표 승인,이사·감사 보수한도 승인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다.
신한BNP파리바 관계자는 "주주 중시 경영을 위해서는 배당금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무제표 승인에 반대 했다"고 말했다.
일성신약의 지난해 순익이 2004년보다 두 배로 늘었음에도 회사측이 주당 배당금을 전년과 같이 400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이사 및 감사 보수한도 증액에 반대하는 것은 주주 배당이 적은 데도 임원 보수를 올리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적격 임원 선임은 곤란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은 성신양회 주총 안건 가운데 사외이사 연임건에 반대표를 던졌다.세이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회사측이 이사회 출석률이 25.9%밖에 안 될 정도로 제기능을 못한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려고 해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신영투신운용과 한일투신운용은 세이브존아이앤씨의 상근감사 선임에 반대하겠다고 공시했다.
신영투신은 2.68%,한일투신은 1.94%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신영투신운용 허남권 이사는 "상근감사 후보자가 33세의 변호사로 업무 적격성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해 선임에 반대키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투신운용은 삼성테크윈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총 안건 가운데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키로 했다.
한국운용은 지난해에도 보수한도를 소진하지 못한 회사가 별다른 이유 없이 보수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마이다스자산운용은 CJ엔터테인먼트의 회사 분할,상호변경,정관변경 등 모든 주총 안건에 대해 반대할 예정이다.
마이다스운용측은 "펀드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치"라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져야 매수청구권이 부여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