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의 부활에서 배운다] (8) 세계를 정복한 중소기업의 기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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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 격주간지 '경제계' 최신호의 특집기사 제목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본 중소기업'이다. 작지만 세계를 주름잡는 중소기업이 경제 부활의 원동력이 되었다며 일본인들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이 잡지는 평가했다. 경제평론가 다나카 나오키는 "중소기업의 투자 확대가 일본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중소기업이 2만여개 몰려 있는 오사카. 부활의 주역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도시는 활기가 넘쳤다. 대표적인 기업 세 곳을 둘러봤다. 역사와 업태는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주력한다는 것.독자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사운을 걸고 '일본경제 동향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작기계와 나사를 만드는 히가시다기공의 공장은 100평도 안된다.
12명의 종업원이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육중한 쇳덩어리를 마술 부리듯 기계로 만들고 있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디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시골학교 교무실 같은 사장 집무실이 나왔다.
3대째 회사를 이어가고 있는 히가시다 하야토 사장은 "이래 보여도 도요타 닛산 혼다 같은 업체들이 직접 찾아와 기계 제작을 주문한다"고 했다.
고객은 줄잡아 600개사.항상 기계 4∼5대 정도의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다.
"비결은 기술력이죠.빚을 내서라도 R&D에 투자합니다.
세계 어느 회사와 비교해도 R&D에 대한 열정은 뒤지지 않죠.다른 회사들은 '매출의 몇%'를 투자한다지만 우리는 고객이 필요한 기술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개발합니다.
이익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기죠.이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히가시다 사장)
꾸준한 R&D 투자 덕에 일본에서 히가시다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기껏해야 3∼4개.버블 붕괴 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히가시다 사장은 "망한 기업들은 품질과 서비스,합리적 가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싸고 좋은 재료를 써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원가를 줄이려고 해외에 공장을 짓지 않죠.제조 자체보다 생각과 철학이 중요하니까요.
고객들도 히가시다의 진가를 알기 때문에 일거리는 점점 늘어납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고객 만족이다.
서비스 마인드는 제조업 수준을 넘어섰다.
호텔로 치면 '리츠칼튼 수준의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히가시다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기계부품 업체인 시스텍 아카자와는 하도급의 한계를 극복한 대표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50년대 초 6·25전쟁 당시 병참용 화물차 부품을 만들며 회사 규모를 키웠고 전후 선박용 부품,원자력발전용 부품,신칸센(고속철도)용 부품 등으로 주요 품목을 바꿔갔다.
1990년엔 6억1000만엔의 이익을 올린 알짜회사였다.
아카자와 요헤이 사장이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건 1991년.그해 일본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고 금리가 올라 취임 첫해 2000만엔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다 모기업(원청업체)에만 의존했던게 게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아카자와 사장)
아카자와 사장은 하도급업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명부터 바꿨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영업부문도 강화했다.
"그리고는 우리 회사만의 상품을 만들자고 마음 먹었죠." 6년에 걸쳐 3차원 자동레이저 시스템이란 걸 개발했다.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사카시로부터 우수 신상품으로 선정돼 5000만엔의 상금을 받았다.
그 5000만엔으로 또다시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비행기 부품 시장에 진입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사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로봇사업에 진출했습니다.
로봇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죠.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시대 변화에 발맞춰야 합니다.
경제구조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죠."(아카자와 사장)
오사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대기업 하도급에 의존하지 않고 '나만 만들 수 있는 제품'에 주력한다는 것.독자적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에 사운을 걸고 '일본경제 동향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 정도로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작기계와 나사를 만드는 히가시다기공의 공장은 100평도 안된다.
12명의 종업원이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육중한 쇳덩어리를 마술 부리듯 기계로 만들고 있었다.
한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좁디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시골학교 교무실 같은 사장 집무실이 나왔다.
3대째 회사를 이어가고 있는 히가시다 하야토 사장은 "이래 보여도 도요타 닛산 혼다 같은 업체들이 직접 찾아와 기계 제작을 주문한다"고 했다.
고객은 줄잡아 600개사.항상 기계 4∼5대 정도의 일감을 확보해 놓고 있다.
"비결은 기술력이죠.빚을 내서라도 R&D에 투자합니다.
세계 어느 회사와 비교해도 R&D에 대한 열정은 뒤지지 않죠.다른 회사들은 '매출의 몇%'를 투자한다지만 우리는 고객이 필요한 기술이라면 모든 것을 걸고 개발합니다.
이익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남기죠.이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히가시다 사장)
꾸준한 R&D 투자 덕에 일본에서 히가시다와 경쟁할 수 있는 업체는 기껏해야 3∼4개.버블 붕괴 후 대부분 문을 닫았다.
히가시다 사장은 "망한 기업들은 품질과 서비스,합리적 가격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싸고 좋은 재료를 써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원가를 줄이려고 해외에 공장을 짓지 않죠.제조 자체보다 생각과 철학이 중요하니까요.
고객들도 히가시다의 진가를 알기 때문에 일거리는 점점 늘어납니다."
이 회사의 경영철학은 고객 만족이다.
서비스 마인드는 제조업 수준을 넘어섰다.
호텔로 치면 '리츠칼튼 수준의 서비스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히가시다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기계부품 업체인 시스텍 아카자와는 하도급의 한계를 극복한 대표적 기업이다.
이 회사는 1950년대 초 6·25전쟁 당시 병참용 화물차 부품을 만들며 회사 규모를 키웠고 전후 선박용 부품,원자력발전용 부품,신칸센(고속철도)용 부품 등으로 주요 품목을 바꿔갔다.
1990년엔 6억1000만엔의 이익을 올린 알짜회사였다.
아카자와 요헤이 사장이 창업자인 아버지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건 1991년.그해 일본경제의 버블이 붕괴되고 금리가 올라 취임 첫해 2000만엔의 적자를 내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을 받았죠.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하다 모기업(원청업체)에만 의존했던게 게 위기의 원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아카자와 사장)
아카자와 사장은 하도급업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명부터 바꿨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영업부문도 강화했다.
"그리고는 우리 회사만의 상품을 만들자고 마음 먹었죠." 6년에 걸쳐 3차원 자동레이저 시스템이란 걸 개발했다.
잘 팔리진 않았지만 오사카시로부터 우수 신상품으로 선정돼 5000만엔의 상금을 받았다.
그 5000만엔으로 또다시 새로운 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비행기 부품 시장에 진입한 이 회사는 현재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사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3년 전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로봇사업에 진출했습니다.
로봇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죠.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시대 변화에 발맞춰야 합니다.
경제구조 변화에 적응하고 선도하는 기업만 생존할 수 있죠."(아카자와 사장)
오사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