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웨스팅하우스‥박창규 <한국원자력연구소장>

박창규 세계적으로 유명한 원자로 공급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일본의 도시바에 팔리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미국 의회가 정부에 웨스팅하우스 매각을 걱정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가고 있다고 한다. 웨스팅하우스사는 아버지 회사에서 근무하던 조지 웨스팅하우스가 40세 되던 해에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회사다. 1886년 설립했으니까 올해로 꼭 120년 되는 세계적으로 유수한 기업이다. 현재는 BNFL이라는 영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 굴지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는 회사지만 초창기에는 주로 전기와 관련된 사업을 하던 기업이었다. 전력 송전방식을 놓고 에디슨과 10년에 걸친 싸움은 매우 유명한 일화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사의 표현에 의하면 막강한 재력과 편견에 맞서 싸워 이긴 것으로 돼 있다. 웨스팅하우스사는 1957년 미국의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인 시핑 포트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건설했다. 이전까지 원자력 잠수함 등 군사적인 용도에만 사용하던 원자력이 상용화에 첫 발을 내딛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역사적 사건을 만든 주인공 웨스팅하우스는 그후 49년간 전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의 약 절반을 건설했고,미국 내에서는 60% 정도의 원자력발전소를 지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웨스팅하우스의 족적을 찾아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러한 회사가 일본 기업에 팔리게 되었으니 미국 정부나 의회에서 걱정하고 있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다른 걱정이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치솟기 시작한 석유가격이 멈출 줄 모른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일한 대안은 원자력인데,세계 원자력 산업의 판도가 일본에 의해 바뀌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기술도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 있지만 세계 원자력 산업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니다. 이제 겨우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을 따름이다.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폭탄을 가지지 않은 비핵국가이면서 공식적으로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국가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데도 불구하고 원자력 건설과 이용이 매우 활발하다. 일종의 아이러니다. 무려 50t에 가까운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다시 20조원을 투입해 재처리 상용공장도 지었다. 현재도 매년 우리의 약 20배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경쟁 상대인 일본에 원자력 기술이 집중되는 것이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