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그림값 고공행진…경매시장에서 2~3배 올라


미국 뉴욕에서 투병 중인 화가 천경자씨(82)의 작품이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작품값도 치솟고 있다.


작품을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미술경매시장에서는 천씨 작품 낙찰률이 70%대로 올라섰고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서는 작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2002년 3500만원에 경매됐던 천씨의 작품 '북해도 천로에서'는 지난달 열린 K옥션 경매에서 9500만원에 팔렸다.


가격이 3년 동안 2.6배나 뛴 셈이다.


'꽃다발을 안은 여인'(93×72cm)은 2003년 경매에서 2억3000만원에 팔려 천씨 경매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 9월 열린 서울옥션 경매에선 엽서 크기보다 작은 작품 '여인'(14×12cm)이 당초 추정가 1300만~1500만원보다 3배 높은 4000만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천씨 작품 중 지난 8년간 경매시장에 나온 작품은 모두 64점.이 가운데 36점이 팔려 56.25%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특히 2000년 이후 최근 5년간 낙찰률은 무려 70%를 웃돈다.
이는 김환기 화백의 36%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국내 최고 인기화가로 꼽히는 박수근 화백의 67%보다도 높다.


경매시장뿐 아니라 화랑가에서도 천씨 작품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꽃과 여인,아프리카를 소재로 다룬 근작의 경우 크기나 작품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점당 1500만~1억원 선,드로잉도 점당 1000만원 선을 호가한다.
매매는 되지 않지만 천씨가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한 작품 93점 가운데 '생태'(51×87cm)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43×36cm) '여인의 시'(59.5×47cm)' 등 20여점은 점당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씨 작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풍 때문이라고 미술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한(恨)과 고독이 짙게 배어 있는 그의 작품은 미래 지향적 소재와 신비주의적 채색을 통해 삶의 희열과 현장성을 엿볼 수 있어 컬렉터들이 많이 찾는다는 설명이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는 이처럼 천씨 작품이 인기를 끌자 컬렉터들이 소장한 작품 22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대형 전시회를 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단장'(43.5×36.5cm) '목화밭에서'(114×98cm) '모기장안에 쫑쫑이'(94×134cm) 등 1950~1960년대 미공개작품 6점을 비롯 1970~1990년대 대표작 30점,수채화 펜화·연필화 등 드로잉 180점,미완성작품 42점 등이 나온다.
갤러리 현대의 도용태 이사는 "아프리카와 꽃을 소재로 한 그림은 최근 시장에서 종적을 감춘 상태이고 동물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간간이 유통된다"면서 "이번 전시는 미술애호가들에게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