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그룹차원서 일터 경쟁력 높인다

조직문화 활성화 프로그램인 GWP(Great Workplace·훌륭한 일터)운동이 삼성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자회사,해외부문을 포함해 전사적으로 GWP를 적용하는 것을 비롯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코닝 삼성테크윈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삼성종합기술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다른 계열사들도 기존 GWP활동을 강화하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 올해 9개 자회사와 80개 해외법인,130개 해외사업장으로 GWP를 확대 적용키로 했다. 회사측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신뢰지수(Trust Index) 조사를 실시해 직원들의 내부 신뢰수준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경영 전반에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5년간 장기적으로 진행되며 이전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이번 GWP의 확대 적용은 다른 삼성계열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2003년부터 사별로 GWP를 도입했던 삼성화재 삼성SDI 삼성에버랜드 등이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제일모직 삼성네트웍스 등 새롭게 도입을 추진하는 계열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은 최근 계열사들의 GWP 도입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그룹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들이 앞다퉈 GWP를 도입하는 이유는 글로벌 경쟁을 위해선 일터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능한 인재들의 마음이 회사를 떠나 있으면 만족스런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이런 이유로 '일터 문화'를 기술이나 브랜드,각종 경영기법 등에 이어 새로운 경쟁력 요소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부문이 지난 98년 GWP를 도입한 것도 외환위기 이후 대만업체로 기술유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내부신뢰의 중요성을 인식한 데 따른 것이다. GWP 도입 배경에는 노사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측면도 있다. 노사문제가 터진 다음 뒤늦게 대응하는 게 아니라 평소에 GWP로 조직 내부의 신뢰수준을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으로 내년부터 강성노조 대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GWP를 도입한 계열사 가운데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삼성테크윈 등의 경우 실제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과 삼성SDI는 한국경제신문과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가 공동으로 제정한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 대상을 지난 2002년,2003년에 각각수상하기도 했다. 삼성의 GWP운동은 신뢰지수를 통해 일터문화를 중장기적으로 관리해 나간다는 점에서 단발적인 이벤트성 조직문화 개선 활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전문가들은 "사장이 직원들과 맥주를 마시는 호프데이를 마련하거나 래프팅을 가는 것만으로 일터문화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 "훌륭한 일터란 상사를 신뢰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 갖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 훌륭한 일터(GWP·Great Work Place)는 노동전문기자 출신인 미국의 로버트 레버링 박사가 고안해낸 개념으로 '내부고객,즉 종업원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인식에서 시작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레버링 박사가 말하는 훌륭한 일터는 구성원이 상사와 경영진을 신뢰(trust)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pride)을 느끼며 함께 일하는 종업원들 간에 일하는 재미(fun)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레버링 박사는 신뢰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는 "종업원이 즐겁게 일하는 회사는 성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1984년 처음 선정된 '일하기에 훌륭한 미국 100대 기업'은 S&P 500 기업들과 비교할 때 직전 10년간 수익성은 2배,주가는 3배 수준에 달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는 레버링 박사의 경영 철학을 국내에 확산시키기 위해 2002년 '대한민국 훌륭한 일터상'을 제정했으며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다. 이 상은 미국 영국 등 전세계 25개국과 동일한 조사방법으로 기업의 신뢰수준을 측정해 수상기업을 선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