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지방 주택시장] 분양권 전매완화로 공급 과잉… 稅부담 등 악재 겹쳐

지방 주택시장 상황은 정부의 강도높은 규제책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세 강화에다 은행 대출규제 강화로 실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당초 서울 등 수도권 택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2004년 정부가 분양권 전매를 완화하자 건설사들이 이들 지역에 몰려 경쟁적으로 고가 분양에 나섰던 데 따른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는 양상이다.

정부는 2004년 7월 부산 대구 울산 등 지방 투기과열지구에 대해 분양권 전매 요건을 '계약 후 1년'으로 완화했다.

서울·수도권과 똑같이 입주(소유권 이전등기) 때까지 분양권 전매가 금지된 결과 지방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당시 일감이 없어 고심하던 건설사들은 이를 계기로 부산·대구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

저금리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수도권 실수요자와 일부 투기세력도 계약 후 1년만 지나면 웃돈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대거 투자에 나섰다.

여기에 시행사들의 택지매입 경쟁까지 과열돼 땅값이 치솟았고,이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직결됐다.실제 대구지역의 평균 분양가는 2004년 평당 615만원에서 지난해에는 평당 778만원으로 높아졌다.

부산도 2003년 평당 662만원에서 수영만과 해운대 등의 고급 주상복합 공급이 집중된 2004년에는 807만원까지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평균 평당 732만원 선으로 내렸지만,유망 단지로 꼽히는 곳은 오히려 평당 100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많다.분양가에 거품이 끼게 됐다는 얘기다.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양도세를 대폭 강화한 8·31대책은 시장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다.

서울 등 외지 투자자들은 세금부담을 꺼려 지방에서 철수하기 시작했고,이는 수요 감소를 통해 공급초과 현상을 더욱 가중시켰다.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영남권에 공급된 물량만 해도 이미 지역 실수요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3년 1만7776가구였던 부산지역 입주아파트는 2004년 2만8882가구,2005년 2만6173가구에 이어 올해는 3만2027가구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인 데도 신규 분양물량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대구에서는 2004년 1만2198가구였던 신규 공급물량이 지난해 2만6238가구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도 4만3856가구가 예정돼있다.

울산지역도 올해 태화강변에서만 30여곳에서 분양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하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강화 조치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방 분양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신규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어렵게 돼 실수요자들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영남권 분양대행 업체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청약에 나설 사람이 없을 것으로 보여 아예 사업포기를 검토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