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티에 무슨일이… 반년만에 대규모 적자

해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겼던 그라비티가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에 매각된 지 반년도 안 돼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이를 두고 소프트뱅크측은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소액주주들은 의도적인 회사 부실화라며 맞서고 있다.그라비티는 12일 지난해 매출 492억원에 영업손실 18억원,순손실 3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2004년 588억원에 비해 16.3% 줄었고 2004년 각각 343억원과 291억원이었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그라비티는 2003년에도 매출 440억원에 영업이익 240억원,순이익 190억원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다.그리비티측은 이에 대해 '라그나로크 2''레퀴엠' 등 새 게임 개발에 많은 돈을 투자한 데다 경쟁이 치열해져 실적이 나빠졌다고 해명했다.

류일영 그라비티 회장은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익이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모임 등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라그나로크2' 등 새 게임 개발은 이미 2004년에 시작됐고 그라비티가 소프트뱅크 계열 EZER에 매각되기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110억원,순이익 74억원을 기록한 점만 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회사측 설명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8월 말 EZER에 팔린 후 영업손실 128억원,순손실 108억원을 내 상반기 흑자를 모조리 까먹고 단숨에 적자로 전환했다.

특히 판매비와 관리비는 130%,영업외비용은 448%나 늘어나는 등 각종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소액주주모임은 소프트뱅크측이 남은 지분을 인수,계열사와 합병하려고 의도적으로 그라비티를 부실화시켰다며 류일영 회장 등 경영진을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소액주주모임 관계자는 "일본에서 별로 인기 없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에밀 크로니클'을 계약금 70억원이나 주고 수입하는가 하면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온라인게임 투자펀드에 100억원을 투자하면서 그라비티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소액주주모임측은 그라비티를 부실화해 나스닥에 상장된 회사 주가를 떨어뜨리고 남은 지분을 인수해 겅호 등에 합병시키기 위한 '작전'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EZER 등이 그라비티 인수 사실을 나스닥에 공시하면서 그라비티 소유 지분을 늘리면 그라비티의 나스닥 상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그라비티의 류 회장은 "나스닥 상장을 폐지하겠다는 의도로 회사를 운영하진 않는다"면서 "일부러 실적을 악화시킨다거나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는 법정에서 판가름나게 됐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