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바로 알기] 합리적인 비용 부담 제도

비용을 어떻게 부담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선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당신은 오늘 점심식사를 다른 99명과 같이 모여서 하기로 했다고 해보자.당신에게는 5000원짜리 된장찌개와 5만원짜리 한정식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식사 값을 각자 낸다면 여러 분은 5000원짜리 된장찌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택은 각자가 하면서 비용은 나중에 총액을 사람 숫자로 나눠 부담한다면 5만원짜리를 선택하고픈 욕구가 커질 것이다.

5000원짜리 대신 5만원짜리를 먹는다고 해도 당신의 부담은 45000원이 아니라 450원 늘어나는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머지 99명도 다 그렇게 할 것이라는 데 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참가자가 5만원씩 내야 한다.

각자 부담이었다면 5000원짜리 된장찌개로 간단히 끝낼 식사를 5만원짜리 한정식으로 사치를 하게 된 것이다.개인적으로는 각자가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가 손해를 본 셈이다.

이런 현상은 재정자금이 들어가는 일에서 많이 나타난다.

건강보험을 한번 생각해 보자. 언제 어떤 병원에 갈지는 각자가 선택하는데,그 비용은 모두가 나누어서 내는 것이 건강보험의 구조다. 그렇다 보니 국민 각자는 별로 중하지도 않은 증상에도 병원을 찾아 가게 되고,결과적으로 그 돈은 결국 보험료로 모두가 부담해야 한다.누구나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를 받기 위해 돈을 낭비하는 셈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진료 행위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명하다.

물론 건강보험은 가난한 사람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기능도 있는 만큼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그런 목적을 위해서라면 전국민에게 획일적 건강보험에 가입하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의료 지원프로그램을 따로 만드는 게 낫다.

세금은 그런 용도로만 내고 나머지 사람들의 진료비는 각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진료를 받기 위해 굳이 비싼 건강보험료를 내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공항 같은 공공시설의 경우 부득이 정부가 공급해야 하고,그 비용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 때에도 어떤 정부인지는 가려서 생각해야 한다.

비용을 중앙정부가 부담할 때와 지방정부가 부담할 때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천공항, 양양공항 등 대통령 직선제 이후 들어서기 시작한 지방공항들은 대부분 놀고 있다.

무안공항 등 앞으로 완공될 것들 역시 같은 처지다.

이처럼 사용도 안 할 공항이 지어진 것은 수혜자들인 지방주민들이 공항 건설비용을 공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 주민들은 공항을 지어주겠다는 공약을 보고 표를 찍어준 것이다.

그러나 그 비용은 결국 전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공짜라서 양잿물을 먹었는데,알고 보니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건설비용의 최소한 절반만이라도 공항의 수혜자가 될 지방주민으로 하여금 직접 부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제도 하에서는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공항 건설 공약 같은 것을 보고 함부로 표를 몰아주지는 않을 것이다.

각자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은 야박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야박함을 감수해야 한다.어쩌면 야박하다고 부르기 보다는 계산이 분명하다거나 '경우가 바르다'고 부르는 것이 더 옳은 것 아닐까.

김정호 자유기업원장 KCH@cf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