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계 혼혈 국적취득 쉬워진다

정부는 베트남전쟁 혼혈인(라이따이한)이나 외국 주재 2세 혼혈인(코피노 등)이 한국 국적 취득을 원할 경우 한국인 아버지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사진 등 객관적인 자료로 친자관계를 입증할 경우 국적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청와대에서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주관으로 국정과제회의를 갖고 '결혼이민자 가족의 사회통합 지원대책'과 '혼혈인 및 이주자의 사회통합 기본방향'을 확정 발표했다.이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이주한 외국 여성(여성결혼이민자)의 경우 생활능력이 없고 국적 취득을 못 했을지라도 최저생계비와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한국 국적의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결혼이민자들은 2007년부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수급권자로서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는 국제결혼 중개 과정과 관련된 인권 침해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2007년까지 국제결혼중개업을 관리하는 별도의 법률도 제정키로 했다.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결혼대상자에 대한 정보제공 확인 의무,손해배상 의무 등이 골자다.

현재 국내에는 결혼중개업체(자유업)가 약 9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80%가 국제결혼중개 업무를 하고 있다.

가정폭력피해자에 대해 그간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요구해왔던 혼인파탄 입증 책임을 완화하고 이혼에 따른 간이 귀화 입증 서류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현재는 2년간 결혼생활을 해야 한국 국적을 얻을 수 있으며 한국인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신원보증을 해지하거나 이혼하게 되면 결혼이주자는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게 된다.

정부는 이와 함께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혼혈인 및 이주자에 대한 조항을 마련할 계획이다.

혼혈 2세들이 차별없이 교육을 받도록 초·중·고교의 사회 도덕 국어 등 관련 교과목에 인종 편견 해소 및 다문화 이해를 강조하는 교육요소를 반영,내년 2월 교육과정 개정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보건복지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9개 부처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종합대책은 최근 농촌 총각을 중심으로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이주민과 2세 혼혈인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지원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은 15만9942명에 달하고 있고 이 중 한국에 체류 중인 여성도 6만6659명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국내 농림어업에 종사하면서 결혼한 한국 남성 중 35.9%(2885건)가 배우자를 해외에서 구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