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도 자원 국유화] 남미, '反美바람' 타고 자원민족주의 확산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유전 국유화가 단행된 지 1개월여 만에 이뤄진 볼리비아 정부의 천연가스 및 석유 산업에 대한 국유화 조치는 에너지를 매개로 한 중남미의 반미·좌파 경제동맹이 '말뿐이 아닌 실체'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쿠바도 곧 동참선언할듯볼리비아의 에너지 국유화는 1990년대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이뤄진 민영화 조치가 국부 유출만 초래했을뿐 정작 국민들에게는 무익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볼리비아 유권자들은 작년 12월 대선에서 핵심 산업 국유화를 공약으로 내건 에보 모랄레스를 선택했고 이번 조치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말 볼리비아 및 쿠바와 함께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항하는 인민무역협정(PTA)을 체결한 쿠바도 곧 국내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페루와 멕시코도 각각 오는 28일과 7월 말 치러지는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할 경우 에너지 국유화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남미 경제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와 쿠바-베네수엘라-볼리비아 중심의 반미·좌파동맹 간의 패권 다툼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는 칠레와 멕시코를 비롯 콜롬비아와 페루이며 에콰도르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그러나 프랑스 르몽드는 "멕시코와 페루,니카라과는 곧 치러질 대선에서 좌파가 승리할 경우 반미·좌파동맹에 가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새로운 초강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도 반미·좌파동맹의 배후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기존에 중남미를 대표했던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와 안데스공동체는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브라질 반발 … 철수 고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이뤄진 메르코수르는 아직까지는 미국과 반미·좌파동맹 모두에 거리를 두고 있다.

한편으론 베네수엘라의 정회원 가입을 승인하고 베네수엘라-브라질-아르헨티나를 잇는 길이 1200km의 천연가스 수송관 건설에 합의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베네수엘라의 급부상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데스공동체는 5개 정회원국 중 베네수엘라와 볼리비아가 이 공동체의 친미적 성향을 비판하며 탈퇴를 선언,사실상 해체직전이다.

중남미의 에너지 국유화와 반미·좌파동맹에는 '역풍'도 만만치 않다.당장 브라질 정부와 브라질 에너지기업 페트로브라스는 볼리비아 정부의 국유화 조치에 반발,전격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