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잔치…지방선거 대목 반갑다"

"선거 특수대책반이라도 꾸려야 할 판입니다."

1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현수막 제작업체 '트인'.근로자의 날인데도 5명의 직원이 모두 출근,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모니터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구규권 실장은 "요즘 현수막 디자인부터 제작은 물론 빌딩에 대형 현수막을 내거는 일까지 모두 처리해야 해 일손이 크게 모자란다"면서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껑충 뛰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출마 후보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수막 한 개를 만드는 데 쓰는 돈은 평균 400만원.하루에 3∼4명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밤새 기계를 돌려야 납품할 수 있다.

한 직원은 "출마자들이 '표심'을 고려해 출마지역 업체에 현수막 제작을 맡기고 있다"며 "주문을 먼저 받으려고 경쟁할 필요가 없어 더욱 좋다"고 말했다.5·31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와 관련된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및 의원 출마 후보자들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선거운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기초단체장 246명,광역·기초의원 3168명이 선출된다.이 중에서도 간판업계가 선거 특수를 가장 톡톡히 보고 있다.

선거운동 방식이 올해부터 다소 완화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치면 간판·현수막·현판을 1개씩 게시할 수 있게 된 영향이 크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서 현수막 제작업체를 운영하는 최경수씨는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3월부터 현수막을 제작해 달라는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서울 충무로와 을지로 일대에 몰려 있는 명함 제작업소들도 '지방선거 대목'을 맞았다.

예비후보자는 명함을 배포할 수 있어 주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을지로 '명함천국'의 이경국 차장은 "현재 작업 중인 물량의 20%는 선거출마자들이 제작을 요청한 것"이라며 "하루에만 15만장가량의 후보자 명함을 찍고 있다"고 말했다.

KT와 사무실 임대업자들 역시 '반짝 재미'를 보고 있다.

지방의원 유급화로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사무실과 전화 개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KT 전북본부의 경우 3월 중 단기전화 개설 건수가 2076건으로,작년 같은 기간(539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의 경쟁률을 평균 3 대 1로 계산할 경우 입후보자만 줄잡아 1만여명에 달한다"며 "전국적으로 1000억원 이상의 돈이 뿌려질 것으로 예상돼 선거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김현예·김유미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