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세' 딜레마] 중소기업 상속 문제 더 심각

현행 상속·증여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들에 훨씬 가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차입금 없이 자기 자본으로 기업을 꾸려가는 기업인들이 거의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원하는 만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신용도도 취약하기 때문이다.게다가 중소기업인들의 재산 내역을 보면 금융 자산보다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압도적으로 많아 세금 마련을 위한 용도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사업하는 과정에서 해당 부동산이 담보로 잡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구 황금동에 사무실을 열고 있는 장태식 세무사는 "요즘 중소기업들 사정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상속세 상담을 해 보면 대부분 사정들이 딱하다"며 "주식으로 물납하는 방법도 있지만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특히 동업자들로 구성된 주식회사의 경우 경영권 문제가 걸리기 십상이어서 선뜻 주식을 내놓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애로를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대기업들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기업 오너 경영자들이야 휘하의 참모 조직이나 재무팀 등을 통해 세제 변화 과정을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일관성 있게 짜 나갈 수 있지만 기획 영업 재무 등 회사의 주요 업무를 혼자서 챙겨야 하는 중소기업인들은 그럴 만한 여유가 없다.이 때문에 상속·증여 최고 세율이 50%라거나 경영권 프리미엄이 있는 주식의 상속에 대해선 10∼30%의 할증 과세가 이뤄진다는 사실 등을 모르는 기업인들도 의외로 적지 않다.

여기에다 기업인들 스스로 준비를 소홀히한다는 지적도 있다.

모 은행 VIP센터의 한 관계자는 "재테크 상담을 하러 오는 기업인들 중 정작 자신의 사망 이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며 "준비를 좀 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리면 '내가 벌써 죽을 때가 됐다는 말이냐'며 화를 내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사실 전문가들의 조언에 이런 반응을 나타낸다면 자식들이나 주변 가족들은 말을 꺼내기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재산을 일찍 증여하고 나면 나중에 자식들에게 대접받지 못한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