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식품안전 선진화 하려면

박기환 < 중앙대 교수·식품공학 >

지난 14일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한 '식품안전의 날'이었다.식품안전문제로 인한 손실비용이 연간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면서 식품안전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2002년 제정돼 올해로 5회째를 맞았다.

식품안전의 날을 지나고 난 현 시점에도 식품업계는 먹거리 파동으로 시끄럽다.

지난 3월 한 방송사가 과자에 들어있는 식품첨가물의 위해 가능성을 조명하면서 점화된 과자파동은 두 달 이상 지속되며 법적공방으로까지 악화되고 있다.방송을 본 소비자들 사이에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과자의 공포'가 엄습하면서 제과업체들은 10~30%까지 매출이 하락했다.

정확한 사실 확인을 간과한 채 제조업체를 무작정 비난하는 언론보도로 인해 무고한 업체들이 줄도산했던 불량 만두소 파동이나,당국의 신중하지 못한 조사와 발표로 인해 한국 대표 식품의 얼굴이 먹칠을 당했던 기생충알 김치 파동 때와는 달리 이번 사건에서는 해당 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면서 업체와 방송사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에서 언론중재위원회에 신청한 반론보도가 받아들여졌는가 하면,롯데 오리온 등은 280억원대에 달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이러한 상황에서 그 방송사는 17일 과자속 알루미늄의 유해성을 다룬'실험결과 보고,과자속 유해금속의 실체는?'이란 후속 보도를 통해 과자속 알루미늄의 함량에 대한 실험 결과 발표와 함께 그 유해성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해진 결론으로 몰아가는 식의 방송 내용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제과업계는 후속 보도의 후폭풍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앞서 1차 방송에서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해진 결론으로 몰아가는 식의 내용 전개로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방송에선 논란의 여지가 많은 편파적인 실험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품첨가물을 아토피 피부염과 연결지어 문제를 제기했었다.마찬가지로 밀가루 녹차 인삼 생강 등의 천연식품에 다량으로 내재돼 있고,공기나 물 등 주위 환경에 포함돼 있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섭취하게 되는 물질인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증명되지 않은 가설을 바탕으로 자극적인 보도가 이루어진다면 식품업계 전반에 미치는 타격은 과자파동에 못지않을 것이다.

현재도 결론 없는 논란 속에 진행 중인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식품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안타까움이 앞선다.

식품 안전 문제는 소비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가 마땅히 겪어내야 하는 성장통이다.

하지만 문제의 발단과 다루는 접근 방식상의 문제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이제 막 글로벌 경영기치를 내걸고 세계적인 제과업체들과 경쟁을 시작한 국내업체가 신중하지 못한 조사발표나 언론보도로 인한 소모적 논쟁에 휘말려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고,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면서 발목을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이제 우리나라의 식품선진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되풀이되는 먹거리 파동의 궁극적인 해결책 또한 국내 식품업계의 선진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잘못된 업체에 대해서는 단죄를 내려야겠지만,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식품업체들은 더욱 안전한 먹거리 개발에 주력할 수 있도록 객관성을 유지한 성숙한 언론보도와 정부차원의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이 필요하다.

또한 식품 업체들도 법과 기준에만 맞추면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식품 안전과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과 각계의 목소리를 최우선적으로 귀담아 두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함으로써 최근의 일련의 사건들을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