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로열티' 농심 태운다‥日 "딸기도 이젠 돈 내고 심어라"

외국산 화훼나 채소류 등의 작물을 키우는 국내 농가에 외국 종자(種子)회사들의 로열티 지급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일본의 딸기 육종가들은 한국 농가에 로열티 지급은 물론 자국의 딸기 생산 시기엔 수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무리한 요구까지 하고 있다.22일 농림부에 따르면 한국이 2002년 '국제 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한 이후 외국 종자회사들은 외국산 종자 사용에 대한 로열티 지급을 국내 농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UPOV는 신품종 개발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으로 여기에 가입한 나라는 10년 안에 모든 농작물 종자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작년 말까지 장미 국화 사과 배 등 모두 155종에 대해 로열티 지급을 의무화했고,2009년까지 품종 보호대상을 모든 작물로 확대할 계획이다.이에 따라 올해 새로 품종보호 대상에 포함될 딸기 농가엔 비상이 걸렸다.

전국 1만5000여 딸기 농가는 재배량의 약 80% 이상을 '육보' '장희' 등 일본 품종에 의존하고 있어 수십억원의 로열티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딸기생산자협의회는 지난 3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일본산 종자인 육보,장희의 재산권자인 일본의 개인 육종가 2명과 로열티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이 워낙 커 결렬됐다.일본측은 △매년 재배면적 300평당 5만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일본의 딸기 생산시기인 11~4월엔 한국에서 생산된 일본 품종 딸기를 일본에 수출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국내 딸기 재배면적이 7000ha에 달하고 이 중 약 80%를 일본산 품종으로 재배한다고 가정할 때 딸기 농가의 로열티 지급 부담은 30억원에 달한다.

딸기생산자협의회 관계자는 "로열티 요구액도 너무 크지만 일정기간 일본에 수출도 하지 말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또 최근 일본의 경성장미원과 네덜란드의 다고원예 등 외국 화훼종자 회사들은 로열티를 내지 않고 자기 회사의 장미와 국화 품종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경매 금지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유통공사는 이달부터 로열티를 내지 않은 외국 품종 화훼에 대해 경매를 전면 중단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작물 품종 보호는 우수 종자개발을 촉진한다는 측면에서 불가피 하다"며 "외국 종자회사들의 로열티 지급 요구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국내 농가들의 품종보호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한편 국내 농가의 대외 로열티 지급액은 장미 국화 등 화훼류만 따져도 지난해 70억원에 달했고,금년엔 120억원으로 늘어날 예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