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젠 읽지않고 듣는다‥MP3형 오디오북 시장 급성장

오디오북(소리책)을 통해 책을 '읽지 않고 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특히 최근 오디오북의 인기는 카세트테이프나 CD가 아닌 MP3 파일이 주도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영국계 오디오북 출판사 낙소스의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방문해본 사람은 한가지 눈에 띄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과거엔 제인 오스틴 같은 고전 작가의 작품 일색이었지만 요즘엔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동시대 작가의 작품들이 빼곡하다.

낙소스 설립자인 니콜라스 소암스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라카미 같은 작가의 작품은 취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오디오북의 영역이 그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오디오북 업계의 선두주자로 전 세계에 90만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 오더블의 경우 2004년 이후 오디오북 판매가 80% 이상 급증했다.

최근 이 출판사는 순전히 소리로만 된 오디오 소설을 세계 최초로 선보이기도 했다.반면 활자를 읽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전자책(e북)의 경우 출판시장 점유율이 2004년 이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펭귄 출판사의 오디오북 담당자인 제레미 에팅하우젠은 "앞으로 오디오북이 종이책보다 더 많이 팔리더라도 전혀 놀랄 게 없다"며 "오디오북이 서점에 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선사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시각 장애인이나 고령자를 위한 카세트 테이프와 CD로 된 소리책은 있었다.하지만 최근 오디오북의 인기는 기본적으로 MP3 파일과 MP3플레이어를 달고 사는 '아이팟(ipod) 세대'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로운 독자층을 발견한 출판업계는 기존의 베스트셀러를 발빠르게 MP3 형태의 오디오북으로 제작하고 있다.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 파일은 최근 다운로드 순위 정상에 올랐다.

펭귄출판사는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인 '괴짜 경제학'을 카세트나 CD가 아닌 오디오 파일로만 제작했다.

전문가들은 MP3를 이용한 오디오북의 장점으로 반품되거나 품절될 걱정이 없다는 점,초기에 녹음 비용만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꼽고 있다.

그러나 오디오북 업계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우선 MP3 파일의 경우 불법 복제를 방지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다.

출판권도 걸림돌이다.

또 작가와 출판사가 오디오 녹음 계약을 하더라도 아직까지는 카세트테이프와 CD에 한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지만 나라마다 출판권에 대한 법규가 다르다는 점도 오디오북 출판사들이 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