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맞추기' 금리인상에 서민가계 주름살 커진다

대출 금리를 서로 깎아 주겠다며 경쟁을 벌이던 은행권이 갑자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 8일 콜금리 인상 여파로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인상폭과 속도,그리고 인상 방식 등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시장금리 상승폭 이상으로 금리를 올리는가 하면 주택투기지역,다주택자 등 특정 고객에게 금리를 차별 대우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은행들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추는 것도 좋지만 갑작스럽게 이뤄진 비정상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서민층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은행권의 코드 맞추기 금리 인상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하기 직전인 지난 8일 오전 우리은행은 "오는 12일부터 아파트담보 대출에 대해 일제히 가산금리 0.2%포인트를 부가한다"고 발표했다.

하나은행도 이날 오후 늦게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다주택자나 투기 목적의 대출 고객에 대한 가산금리를 물리는 방식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은행의 이 같은 금리인상 방식은 극히 이례적이다.주택담보 대출의 대부분은 시장금리 연동형 대출이다.

콜금리 인상으로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오르는 구조여서 은행이 별도로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

두 은행이 가산 금리를 신설하는 등 금리 체계를 뜯어고치면서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우리·하나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의 주택대출 실태 점검에서 과열 경쟁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두 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은 은행들 모두가 내심 바라던 바"라며 "다른 은행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신한은행도 지점장 전결로 감면해 주는 금리폭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0.2~0.5%포인트가량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민층 이자폭탄 우려

은행권의 급작스런 금리 인상으로 주택대출 고객은 허리가 휘게 생겼다.

CD금리 상승과 가산 금리가 맞물려 이자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8일 주택대출 기준 금리로 사용되는 3개월물 CD금리는 0.05%포인트 급등,연 4.41%를 기록했다.

이는 2003년 5월13일 이후 37개월 만의 최고치다.

CD금리 상승은 변동금리부 주택 대출에 즉각 반영된다.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금리부 주택대출 금리는 오는 12일부터 0.05%포인트 인상된 연 5.02~6.41%가 적용된다.

한은이 콜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CD 금리는 앞으로 더 오를 전망이다.

여기에 은행의 가산 금리까지 보태지면 향후 대출 금리는 0.5~1%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다.

지난 5월 말 현재 총 가계대출 잔액은 318조원(한국은행 통계).이 가운데 75%인 239조원가량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다.

따라서 대출 금리가 0.5~1%포인트 상승할 경우 가계는 연간 1조2000억~2조4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을 안게 된다.

물론 돈이 많은 부유층은 1%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쉽게 견딜 수 있지만 소득 대비 이자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에게는 직격탄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고소득층의 부동산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애꿎은 서민만 잡는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은행이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유병연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