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자원확보가 경쟁력] 한국전력 … 나이지리아서 새 모델 확립

지난해 8월 세계 석유 메이저들의 눈과 귀가 쏠린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추정 매장량이 20억배럴에 이르는 해상광구 OPL 321,323 두 곳을 개발할 최종 낙찰자 발표가 이뤄졌다.

결과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여겨졌던 한국 컨소시엄의 승리.엄청난 가격을 써낸 것으로 짐작되는 인도 회사를 제쳤다.한국 컨소시엄이 승리한 배경엔 한국전력(사장 한준호)이 자리잡고 있다.

컨소시엄의 또 다른 주체인 석유공사와 대우조선해양의 역할도 컸지만 세계적 전력회사인 한전이 숨은 공로자임을 모두가 인정한다.

전력이 부족한 나이지리아에서 한전이 발전소를 지어주는 대가로 유전광구를 낙찰받았다는 얘기다.한전은 앞으로 나이지리아에서 1200km에 이르는 가스관로를 짓고 이를 통해 공급받은 가스를 연료로 225만㎾의 전력을 생산해 낼 예정이다.

공짜로 발전소를 세워주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한전 관계자는 "전력을 판매함으로써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어느정도 이익도 낼 것"이라고 말한다.한전은 석유개발회사와의 공동 유전개발을 '한국형 유전 공략모델'로 정립하고 다른 지역에도 힘을 발휘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석유공사 광업진흥공사 KOTRA 등과 해외 공동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수출입은행과도 공동협력을 위한 전략적 협약을 맺었다.

한전은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전력 판매 대가로 LNG(액화천연가스)를 받는 구상무역 방식의 발전사업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동남아와 호주 등지에서 관련자료를 수집하고 경제성을 검토하고 있다.한전은 자원개발 차원이 아니더라도 해외진출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전력수요 증가율이 현재는 연 5∼6%대이지만 향후엔 2∼3%대로 낮아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한 사장은 2015년엔 해외에서 생산·판매하는 전력을 1000만㎾로 끌어올려 세계적 종합에너지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2015 중장기 전략경영계획'을 제시했다.

첫 단추는 이미 필리핀에서 성공적으로 꿰어졌다.

1996년 처음으로 진출한 이래 일리한발전소 말라야발전소를 잇따라 수주했다.

지난해엔 185만㎾의 발전용량을 갖춰 민간사업자로는 두 번째로 큰 회사가 됐다.

지난해 말엔 휴양지인 세부에서 석탄발전소 착공식을 가졌고 다른 발전소 지분도 인수키로 했다.

중국 허난성에서도 120만㎾급의 석탄발전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레바논에선 87만㎾급 발전소 두 곳의 운영사업도 수주했다.

이외 브라질과 코스타리카 등지에서도 교류협력을 위한 협정을 맺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률이 세계최저 수준(4.4%)이란 점도 인정받아 미얀마 리비아 캄보디아 등에선 기술용역사업도 수행중이다.에너지 수출 기업으로의 변신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전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